다시 뛰기 시작한 심장
직접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제 안에는 예술가적 성향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고,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지금도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있어요.
두 그림 모두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인데요. 주로 펜을 이용해 펜화를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 스스로 감상평을 적기도 하고,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정말 여러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는 것 같아요.
무대 위 펼쳐지는 파라다이스
저는 특히 연기에 크게 매료됐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느껴지는 무대 위 자유가 참 매력적이였던 것 같아요.
처음 무대를 경험했던 시기는 중학교 때였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이였을 당시 음악선생님께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여주셨고, 저는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됐어요. 그리고 그 해에 학교 뮤지컬부에 들어가 <레미제라블> 학교버전 공연을 올리게 되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다같이 열심히 준비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했는데, 와... 그때 느껴졌던 벅찬 감정과 분위기와 모든 것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 뒤로 뮤지컬 노래들을 더 잘 부르기 위해 주변에 성악학원을 다닌적이 있는 친구에게 발성을 배우기도 했어요.
사실 이때 발성을 배워놓는 것이 나중에 어떤 나비효과를 부를지 전 상상도 못했는데요.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할게요.
하지만 그게 끝이였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제가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건 그저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저 학교에서 한번 무대 올라가는 것이 딱 내 수준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발성을 가르쳐주던 친구가 더빙에 관심이 많아서 간간히 같이 재미삼아 더빙을 해보거나 그 친구가 알려준 발성을 기반으로 노래를 연습하는게 다였고, 그 외로 더 확장시킬 생각시킬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그당시에는 물리학자가 꿈이였기 때문에 다른 분야는 생각하지도 못했고요.
결국 끈질기게 따라온 나의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무대든 카메라 앞이든 마이크 앞이든 연기를 하고 싶었고, 적절한 계기를 찾고싶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작은 경험 하나가 그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연기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맨 오브 라만차>라는 뮤지컬을 처음 접하게 되는데요.
처음 그 뮤지컬을 접하고 나서 "Impossible Dream(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넘버(뮤지컬 노래)에 푹 빠지게 됐어요. 사실 처음 이 넘버의 가사를 접했을 때 충격이였어요. 이런 가사가 있는데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중략)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이 넘버를 부르는 주인공 돈키호테는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인데요. 세상의 정의를 스스로 구현하겠다는 포부 하나로 스스로 기사가 되기로 결심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비웃으면서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미친게 틀림없다고 얘기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요.
전 원래 제가 도전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면 그것을 아무리 원해도 도전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실패할거 도전해서 고생하는게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저 넘버를 접하고 난 뒤로부터 불가능이라고만 생각했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한번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연기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은 정말 보잘 것 없었어요.
그저 학교에서 혼자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대본을 읽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요. 그마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 목소리가 들릴까봐 거의 속삭이듯이 대사를 읽은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전에는 친구와 가끔 재미삼아 더빙을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진지하게(?) 더빙을 했을 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저 노래를 듣고 생각의 변화는 일어났지만 아무래도 노래 하나로 제 모든 성향이 바뀌는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아직은 한계에 사로잡혀 쫄아있었을 뿐이였던거죠.
인생의 터닝포인트
하지만 그 다음 해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직접! <맨 오브 라만차>를 보게 됐어요.
2021년 2월 3일, 처음으로 <맨 오브 라만차>를 봤던 날의 나정말 보고나서 펑펑 울었는데요.
돈키호테가 외치는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였고, 다시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뒤로 항상 마음속에 있었지만 담아두었던 연기에 대한 꿈 하나가 자리를 잡아 드디어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요. 그 꿈은 바로,
최소한 한번이라도 무대 위에서 저 돈키호테 연기를 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아보자!!!
이렇게 다짐을 했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바로 대학교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물론 기존에 가졌던 물리학자라는 꿈을 버린건 아니에요.
하지만 평소라면 계속 주저하거나 포기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저 돈키호테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계속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거죠.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제 인생은 정말 180도 바뀌게 되는데요.
다음 글부터 그 동아리 시절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일 일요일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