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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Aug 18. 2024

한계의 두 얼굴을 목격하다

"첫 액팅"

결국 내가 문제였으니, 고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뿐!


찐따로 살아남는 법 제2장


그렇게 대회에 참여한 이후 반 친구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증명을 하고싶다는 욕구도 강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었어요.

그당시 저는 누가봐도 축구를 못하는 사람이였어요. 그래서 알아서 빠져주는게 다른 친구들을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축구를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계속 체육시간에 같이 축구를 했던 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배려를 해줘서 같이 축구를 하는게 아닌 정말로 내가 축구를 잘해서 같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일단 처음엔 제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는 대부분 수비수로 경기를 뛰었는데요. 수비수로서 가지는 저의 신체적인 한계는 크게 2가지였어요. 첫번째로는 엄청 느리기 때문에 공을 가지고 있는 상대편 공격수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였고, 몸이 약하다 보니 몸을 적극적으로 밀어넣어 몸싸움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였어요.

사실 이렇게만 보면 수비수로서 절대 활약할 수 없는 조건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방법을 찾고자 계속 노력하다보니 방법은 언제나 있더라고요.


결국 핵심은 자신의 단점을 빠르게 수긍하고 그걸 어떻게 하면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거였어요.  

전 속도가 느려 공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를 따라잡는건 어렵지만 대신 경기의 흐름과 공의 흐름을 예측하며 상대편 공격수가 올 장소에 미리 가있는 능력을 키웠고, 몸이 약해 몸을 부딪힐 수 없지만 침착하게 상대 선수를 기다리면서 압박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렇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고 저 또한 진짜로 경기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고 재밌었어요.

물론 제 한계로 인해 발전 속도도 느렸고 남들이 보기엔 미미한 변화였지만 제 스스로 발전해가는게 느껴지니까 정말 그것만큼 뿌듯한 게 없더라고요.



한계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다


그렇게 점점 발전이 지속되고 또 가속화 되다보니 더 잘하기 위해 경기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였던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2달동안 계속 핸드폰 메모장에 작성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 그 메모는 날아갔지만 다행히도 전에 종이로 출력해놨던게 아직 남아있어요.

경기일지 표지

그당시 수비수 중에 푸욜 선수를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투지와 열정을 가지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저의 열정적인 시도를 격려해주는 느낌을 받았고, 그 선수의 명언이 써있는 사진을 표지에 붙여놨었어요.


안에 내용을 보면 정말 그당시 열심히 노력했던 흔적이 남아있어요.

다음 체육시간이 오기 전에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걸 시도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경기를 했다면 잘한 점은 무엇이고 못한 점은 무엇인지, 그걸 바탕으로 어떤걸 더 발전시킬 것인지 등등 모든걸 다 기록해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안에 다짐들도 몇개 써놨는데 지금보면 오글거리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했다는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종이로 출력된걸 찍은거라 화질이 좋지 않은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경기가 끝나면 하교할 때 위의 사진처럼 운동장을 꼭 찍었어요. 화질이 안좋아서 잘 안보이지만 이번 글의 커버 이미지가 바로 저 사진이에요.


그당시 썼던 각오들



한계는 깨야 제맛인 법


하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잘 풀린건 아니에요. 

너무 열심히 뛰다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고, 통증이 심해져 동네병원에 가니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무릎에 가는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더 뛰지 말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정말 그때는 축구에 미쳐있었던 것 같아요. 거짓말이 아니라 뛰다가 넘어져서 다치거나 부상을 입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오늘은 부상당할 각오로 더 적극적으로 임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임했고, 다치는 것보다 스스로 친구들에게 증명해내지 못하는게 더 걱정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모든걸 다 바꾸긴 어려웠고, 친구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더 큰 성공을 위해 필요한 아주 중요한 걸 얻을 수 있었어요.

바로 한계의 두 얼굴을 직접 목격한 것인데요.

그동안 저에게 한계란 극복할 수 없는 것이자 나를 묶어두는 족쇄였고,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모든 '탓'들의 원흉이였어요.


하지만 한계라는 건 제가 스스로 그 한계에 맞서 싸우기 전까지는 그 한계가 '진짜' 한계인지 절대 모르는 것이더라고요.

'난 절대로 축구는 잘 해내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했던 제 한계가 점점 깨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 한계는 제가 스스로 저에게 부여한 한계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물론 절대 바꿀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해요. 전 그당시 최선을 다했지만 바라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부상까지 입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한계를 받아들였던 나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던 나의 모습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더 좋더라고요. 한계를 그저 수긍하기만 했을 때엔 한계란 그저 '족쇄'였지만 스스로 벗어나려고 노력하니 한계만큼 좋은 '성장촉진제'가 없더라고요.


그당시의 저는 지금처럼 온전히 그걸 깨닫고 그걸 실천해나간 것은 아니겠지만 이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조금씩 해나갔고, 그러다보니 이런 경험이 저번 글에서 계속 얘기했던 여러가지 '탓'들과 찐따 같았던 모습에서 점점 벗어나는 작지만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이런 한계의 두 얼굴을 더욱더 확실하게 느끼게 된 계기는 어떤 날의 경험 하나로 인해 시작되는데요.

그 얘기는 8월 23일 금요일날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금요일날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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