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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Aug 09. 2024

장애인으로 살아온 21년 7개월 15일

"공연 안내"

장애, 내 찬란한 삶의 시작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2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인으로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의 장애


저는 선천성다발성관절구축증 이라는 지체장애(신체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이름이 참 어렵죠? 저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원래 저는 제 장애 병명이 뭔지 모르고 있다가 중,고등학교에 가서야 그 이름을 알게됐던 것으로 기억해요. 

전 전문가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 남들보다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고 근육량이 적다보니 크게 힘을 써야 하는 일이나 복잡한 동작(예 - 계단 내려가기, 사다리 타기, 무릎 꿇기 등)들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장애인으로 사는건 어떻다는 거야?


당연히 위의 설명만으로는 장애인으로 사는 삶이 어떤지 공감가진 않을거에요.

이렇게 한번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새 노트북을 하나 샀다고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노트북이 이상해요. 인터넷 창을 열려면 무려 10분이 넘게 걸리고, 클릭을 하려고 하면 자꾸 원하지 않는 곳으로 클릭이 되고, 영상을 보면 10초에 한번씩 렉이 걸리는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 디자인이 예쁜 것도 아니여서 기능만 보고 샀는데 참 당황스러울 거에요.

그리고 다른 화려한 노트북들을 들고 나오는 친구들 앞에 자신의 노트북을 보여주기가 창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여러분은 수리를 맡기거나 아예 버리고 새 노트북을 사게 될 거에요.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제 몸도 저 노트북과 같아요. 더디고 느리며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요. 몸은 라운드 숄더에, 어깨는 좁고 근육도 없어 깡말랐어요. 이런 제 몸이 항상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제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교체할 수는 없어요.

전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고, 어렸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이 장애는 고칠 수 없어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사실 제 몸이 이래서 불편한 것들은 이제 어느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21년 넘게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익숙해지기도 했고, 주변에 저를 도와주시는 좋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언제나 저를 괴롭히던건 오히려 제 자신이였어요.

제 몸을 보며 하루하루 쌓여가는 열등감, 그리고 그 몸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창피함,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자의식 과잉, 결국 난 다수에 끼지 못할 것 같다는 소외감과 외로움, 간단한 일조차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나는 아무런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자신감 저하 등 제 내면은 서서히 무너져내려 저를 갉아먹더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완전히 무너지진 않은 나의 삶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힘든 날도 많지만 생각해보면 장애로 인해 얻은 것들이 더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21년 7개월 15일의 인생을 고난의 반복으로 정리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 고난을 이겨내고 발전하며 나아가는 찬란한 삶으로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특별하게 제 인생을 제가 겪은 고난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서 작성하고 싶어요.

따라서 시간순으로 정확하게 작성되기 보다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대한 어린시절의 일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잘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오늘 이 글도 결국 서문이 되버린 느낌이네요. 일요일날 올라갈 다음 글부터는 그 첫번째 키워드인 '소외감'부터 질질 끌지 않고 바로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하게도 제 글을 응원해주신 분이 계세요.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까지 사실 부끄럽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돼서 용기가 잘 나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더 용기내서 글 열심히 쓸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형준이형,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구독해주신 분들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럼 일요일날 다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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