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혹은 낯익은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구예요?"
갑자기 제자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글쎄? 선생님은 아직 무서운 사람이 없는데. 너는 누가 제일 무서워?"
아이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엄마요.”
갑자기 예전의 어두운 밤이 생각났습니다. 바다에 놀러 가서 심심해하는 아이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서 귀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몽달귀신, 처녀귀신, 달걀귀신, 빗자루 귀신... 항상 비슷한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귀신은 시대를 달리해도 여전히 무섭고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여기에 해룡 귀신이 와서 우리를 잡아가면 어쩌지?"
아이는 바짝 품속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내 손을 풀고 말했습니다.
“괜찮아. 나에게는 무서운 엄마가 있으니까.”
어른들은 누가 제일 무서울까요? 자식이 아닐까요? 어른 마음대로도 안 되고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는 자식. 누구에게나 자식은 아픈 가시이면서도 찬란한 별이고, 눈물이면서도 예쁜 꽃이지 않습니까.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누가 가장 무섭냐고.
요즘의 아이들은 귀신이니 도깨비니 마녀니 이런 따위의 허상에는 겁을 내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낯선 사람이랍니다. 유괴와 납치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의 결과지요.
사실 낯익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걸 아무리 강조해도 앵무새처럼 말합니다.
"낯선 사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