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오후, 갑자기 학부모님의 전화번호가 뜨면 일순 당황합니다.
'무슨 일이지?'
전화한 학부모님의 자녀와 연관된 모든 일을 파노라마처럼 재생시킵니다. 미리 기억을 끄집어 내놓아야 어떤 질문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가 갖추어지기 때문이죠. 전화벨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에 몇 달치의 기억이 한꺼번에 소환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좋은 일로는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거나 의문점이 있어서 확인하기 위한 민원성 전화가 대부분이지요.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좋아한다면서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씀..."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 훈풍의 목소리에 일단 안도합니다.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자기만 쳐다보며 설명하신다고 그러네요. 그래서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그런 전화라면 얼마든지 반갑습니다. 왜 우리 아이만 미워하냐는 항의성 전화도 받아본 적이 있거든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자녀의 서운한 표정을 본 부모님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교실 상황의 이해보다는 자녀의 속상함이 먼저 보이거든요.
달은 하나지만 그 달은 모두에게 비칩니다. 호수에도, 웅덩이에도, 내 눈에도, 아이들의 마음에도...
오직 나만 달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혹은 달이 나에게만 비추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그건 긍정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달이 너무 멀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달은 정말 거리가 멀어져 버립니다.
"달이 자꾸 나를 따라와요."라는 광고 카피처럼 수업 시간에 그 아이를 더 쳐다보게 되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