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것 따라 해?
모든 부모는 자녀가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해서 확장해나가기를 바라지요. 인간이 지혜와 이성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루덴스로 놀이에서 창조가 시작되는 본질로 해석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유희가 곧 창조가 되는 미술시간, 1학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통합교과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몸으로 표현하고 그림이나 조형작품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요. 또한 가장 시끄러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야! 왜 내 것 따라 하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립니다. 화가 단단히 난 친구가 씩씩거리며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바로 고자질 들어갑니다.
"선생님, 쟤가 자꾸 내 것 따라 해요."
상대방 친구 역시 씩씩거리며 바로 맞대응합니다.
"아니에요. 그냥 보기만 했어요."
그림을 보니 완전히 다릅니다. 어디를 따라 그렸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 일단 화부터 가라앉히고 천천히 알려줘 봐. 어떤 부분을 따라 그렸단 건지."
아이는 눈물까지 흘리며 그림의 일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곳에는 창문과 대문이 있는 평범한 집이 한 채 그려져 있습니다.
"이 집을 똑같이 따라 그렸다는 거야? 선생님이 보기에는 집 모양이 다른데?"
"창문이 똑같잖아요. 쟤는 원래 네모였는데 내 것 보고 동그라미로 바꾸었다고요. 내 아이디어란 말이에요."
이걸 표절로 봐야 할지는 참 난감한 순간입니다. 서로서로 흉내 내고, 참고하고, 모방해가면서 배우는 건데 좀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그래. 기분이 나빴겠구나. 그렇지만 너도 선생님 꺼 그대로 따라 하잖아. 너의 아이디어가 좋으니까 친구가 따라 했었나 봐."
아이는 여전히 화를 풀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창문을 지워버립니다. 다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바꾸어 그립니다. 정말 크게 될 녀석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으면 정말 속상할 겁니다. 자기 것을 지키고 싶은 감정이 우세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실력이 정말 뛰어난 친구는 친구들이 자신을 따라 하는 걸 즐기며 기뻐합니다. 기법 전수에 거리낌이 없고 인색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나누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아직 어려서 나눔보다는 순수한 욕심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때도 많으니까요.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자신의 생각보다는 친구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망설이고 있는 아이에게 친구가 아이디어를 나누어주면 그림의 실력이 부쩍 늡니다. 그래서 재능 기부할 줄 아는 아이가 더 예쁜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이디어도 나누고 재능도 나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