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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1. 2021

칭찬과 파에톤 콤플렉스

짜릿한 게 어떤 느낌이야?

모든 아이들은 칭찬받고 싶어 합니다. 

특히 1학년은 초보적인 자아개념이 생기는 시기로 인정받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선생님, 이게 뭐 같아요? 저 앵그리버드 잘 그리죠?” 

“저 이번에도 받아쓰기 100점 맞았어요. 잘했죠?” 

“나 구구단도 할 수 있어요. 저 짱이죠?” 

“어제는 그림일기 혼자 썼어요. 그래서 엄마가 잘했대요.” 

선생님에게 한 마디의 칭찬이라도 더 듣고자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조잘조잘 얘기합니다.


반면에 열등감도 쉽게 생깁니다. 

“나 이거 못해요.” 

“제가 그걸 어떻게 해요.” 

“전 원래 못했어요. 1학년이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어요.”라고 해보지도 않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둠활동을 시켜도 “네가 잘하니까 이건 네가 해.”라고 하면서 뒤로 물러서 방관자가 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잘하는 것에 유난히 집착하게 됩니다. 자기가 친구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인정을 덜 받으면 몇 배로 의기소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아폴론 이전의 태양신인 헬리오스의 아들인 파에톤이 있었습니다. 파에톤은 스스로를 "태양신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이를 자랑으로 삼았으나, 어느 날 친구들로부터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거짓말쟁이라는 놀림을 받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인 헬리오스를 찾아가 진정 헬리오스의 아들임을 인정받고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에 태양신의 마차를 한 번만 몰아보게 해 달라고 조릅니다.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에 헬리오스는 파에톤이 태양 마차를 몰도록 허락합니다. 그렇지만 제우스도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을 맡겼으니 네 마리 말이 이끄는 태양 마차는 파에톤의 통제를 벗어나 불상사가 일어나겠지요. 고삐가 풀린 듯 하늘 위로 치솟아 제멋대로 날뛴 태양 마차는 그 열기로 강과 바다까지 말라버리게 될 지경에 놓입니다. 제우스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파에톤에게 번개를 내려 죽게 합니다. 그리고 태양의 신이었던 헬리오스의 자격을 빼앗고 대신에 아폴론에게 그 지위를 줍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 겪은 애정결핍, 또는 지나치게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강박증을 말할 때 파에톤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1학년은 선생님에게 인정받으려고 혹은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반응에 매우 민감합니다. 특히 소심한 아이, 조바심이 많은 아이일수록 선생님의 인정이 깨졌다고 믿으면 안절부절못합니다. 


아이들이 타인의 인정보다는 스스로의 인정과 칭찬이 동기가 되어 행동하게 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1학년은 그럴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칭찬과 인정이 가능하도록 옆에서 자꾸 북돋아줘야 합니다. 가끔 소외나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더라도 ‘나는 최고잖아. 뭘 그딴 거 가지고 서운해.’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이렇게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말이지요.


 한 아이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틈이 있으면 공룡을 그려댑니다. 처음에는 모두 왼쪽을 바라보던 공룡들이 이제 목도 길어져 풀도 뜯고, 꼬리로 다른 공룡도 공격하는 그림으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느는구나. 정말 쥐라기 공원 같아.”

“히히. 선생님이 칭찬해주니까 짜릿해요.”

“짜릿? 그게 어떤 느낌인데?”

“히히, 기분이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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