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의 반대말은 '길다'
아침부터 한 아이가 한숨을 푹푹 쉽니다.
얼굴표정을 잔뜩 찡그리고 "으휴! 에휴" 과장하는 모습이 자기 말을 꼭 들어달라는 것 같습니다.
"어린애가 무슨 한숨이야? 무슨 일 있니?"
평소에도 조잘조잘 집안 얘기를 늘어놓는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빠가 생각이 짧아서 큰일이에요. 엄마처럼 생각이 길어야 하는데."
웃음이 픽 나옵니다.
"엄마가 생각이 길다고 누가 그래?"
"당연하죠. 짧다의 반대말은 길다잖아요. 엄마가 그러는데요. 아빠생각은 맨날 짧대요."
그리고보니 최근에 길이와 높이, 무게를 비교하는 말을 배우긴 했습니다만 생각지도 못한 표현입니다.
엄마한테 아빠가 혼나는 일이 많은 세상. 아이 앞에서 아침부터 무슨 일로 아빠를 험담했을까요?
이유인즉 무언가 기분이 나빠진 아빠가 딸을 안 데리고 먼저 출근해버렸다는군요.
그래서 엄마는 화가 났고 그 화풀이를 아이에게 한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는 나름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싸움이 잦은 가정의 아이들은 무슨 실마리만 있으면 곧잘 신상이야기를 꺼냅니다.
공부시간에 경험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데 아이들의 경험은 주로 엄마아빠가 차지하니까요.
"우리아빠는 맨날 엄마한테 혼나요."
"울엄마는 화나면 아빠랑 다같이 나가버리래요."
"아빠때문에 엄마가 속상해해요."
"아빠는 맨날 엄마 속썩여요."
"우리 집은 엄마가 말썽인데..."
시키지도 않은 말잔치가 곧잘 벌어집니다. 집안사정 너무 뻔히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