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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하루키 듣기 공연 혼자 가보기

by 다미

하루키.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때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처음 그의 작품에 빠지게된것 같다. 소설속에 나오는 특별한 세계관, 고독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것 같은 서늘한 위로, 그리고 작가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의 글을 읽는동안은 잠시 소설속로 여행을 떠났었고 혼자이지만 작가와 함께 있다는 특별한 느낌에 책을 읽는 그 고독의 시간을 완연히 즐길 수 있었다.


서점에 갈때마다 나는 그의 책을 모으곤 했고 지금은 조카의 차지가 되어버린 내 방에 아직 차곡차곡 하루키의 책이 쌓여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된 '하루키듣기' 공연

하루키를 듣다니 어떻게 듣는건데?!

하루키 소설은 글자가 새겨진 유니크한 뮤직박스이도 하다. 다양한 음악들이 소설속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나오며 주인공의 이름이기도한 제비꽃.

모차르트의 가곡 제비꽃 모티브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모차르트의 가곡 '제비꽃'을 너무 사랑하여 가곡의 이름을 따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스물 두살 봄, 제비꽃 소녀 스미레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이 격렬한 사랑에 대한 묘사를 읽다가" 역시 하루키"하며 웃음이 났다.

광활한 평원을 가로지르며 돌진하는 회오리바람처럼 격렬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자나가는 땅 위의
형태가 있는 사물을 남김없이 짓밟고 모조리 하늘로 휘감아 올리며 아무 목적도 없이 산산조각내고 철저하게 두들겨 부수었다. 그리고 고삐를 추호도 늦추지않고 바다를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를 무자비하게 무너뜨리고 가련한 한 무리의 호랑이들과 함께 인도의 숲을 뜨거운 열로 태웠으며 페르시아
사막의 모래폭풍이 되어 어느곳엔가 있는 성곽과 도시를 모래속에 통째로 묻어 버렸다.
그것은 멋지고 기념비적인 사랑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 중에서-


주인공 스미레는 마음속으로 사랑에 빠진 대상을 '스푸트니크의 연인'으로 부른다

'스미레는 그 말의 울림을 사랑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처럼 우리는 각자의 궤도를 돌고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때만 마음을 합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함께 있지만 필연적으로 고독함을 품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인 것이다.


하루키듣기 공연에는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외에도

1973년 핀볼에 나오는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태엽감는 새 연대기 예언하는 새 (슈만)

해변의 카프카 베토벤 대공 등 다양한 음악이 해설과 함께 연주 되었다.

비틀즈와의 해후라고 표현하며 소설 속 장면은 그 음악이 아니면 안되었다는 그 유명한 '노르웨이의 숲'

가 좋아하는 빌에반스'waltz for debby'까지.

작품에 나온 소설속 구절들과 음악들이 어우러진 작지만 멋진 연주회였다.


하루키듣기 공연의 팜플렛-소설속 구절도 함께 적혀있었다

음악감상의 폭이 그리 넓지않은 나에게 소설속 다양한 음악들은 마치 루키의 새로운 세계들로 초대 받은 기분이 들게끔 만들었다.


음악회가 인상깊었던 것은 음악회를 주최한

아르케 컬쳐팀의 기획이었다. 아하는 작가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고 흥행이나 대중성보다는 소신있게 기획과 연주를 해나가는게 인상적이었다.


마치 하루키의 글쓰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속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하루키는 하루하루를

루틴에 맞춰 살아간다. 달리기, 늘 같은 시간에 일정하게 글쓰기, 한 사람과의 꾸준한 사랑

어떻게 보면 낭만은 우리의 인생 저변에 있는 꾸준함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하루키 듣기 공연은 하루키의 삶과 매우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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