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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 Jul 28. 2023

철학자의 기차여행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DNA 기차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Socrates Express)'

작가는 기차를 타고 철학자가 살거나 활동했던 동네를 찾아다니고,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을 기차 안에서든, 동네 카페에서든 글을 썼다. 그래서 책 제목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인가 보다. 또 이 책은 목차가 참 인상적이다. 새벽, 정오, 황혼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 인생을 이렇게 나눌 수도 있겠고, 하루 24시간을 이렇게 나눌 수도 있겠으나, 내가 해석하기에는 인생의 단계에 따라 배우는 감각과 철학이 있고, 이것을 짧게는 24시간 주기로, 길게는 우리 인생을 주기로 더 생각해 보고,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새벽'에는 누구(철학자)처럼 걷는 법, 보는 법, 듣는 법 등이 나온다. 나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수록 걷는 것이 좋아진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때도 의자에서 일어나 몇 발짝 되지 않지만 서성이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이 확실해지고, 많아진다. 호불호는 명확하되, 나의 호와 불호를 강요하지는 말자. 꼰대는 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든다.


'정오'에는 누구(철학자)처럼 즐기는 법,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감사하는 법 등이 나온다. 여기에서 나는 전기 가오리에 뇌를 쏘인 것 같은 순간(이 책에서의 표현)이 있었는데, 좋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비싸고, 드물어서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좋은 것이라고, 좋아하는 것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준은 없고, 오로지 중심엔 내가 있어 그냥 내가 좋으면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황혼'에는 누구(철학자)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늙어가는 법, 죽는 법 등이 나온다. 작가 하정님과 같이 나의 꿈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인데, 귀엽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종종 내가 계획하고, 내가 돈을 낸다. 둘째, 내 생각을 말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셋째, 한계를 두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살자. 넷째, 부족함 보다는 좋은 점을 더 잘 찾는 눈썰미를 갖는다. 넷째로 끝내는 것은 싫으니 다섯째, 좋아하는 것을 잘 간직하자.


책이나 영화에서 받은 느낌과 감동을 생명과학과 바이오기술에 연결해 보는 게 나의 취미이니 이번에는 철학자의 기차여행을 통해 우리 몸, 세포 안을 누비고 다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차를 상상해 본다. 최근 BT, IT 과학자들은 융합연구를 통해 DNA 트랙 위를 달리는 단백질 모터를 제작하였는데, 단백질 모터에 치료제, 영양제 등의 화물을 싣고 우리 몸 안 적재적소(질병세포 등)에 운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DNA 레일(DNA nanotube)은 고유한 DNA 패턴(염기서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패턴을 인식하도록 설계된 단백질 모터(Nanomachine)는 DNA 나노튜브 레일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나뉘어 화물을 원하는 트랙으로 운반한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열차 분기점(교환소)에서 DNA 패턴에 따라 주황색 형광물질을 운반하는 단백질 모터는 왼쪽으로, 청록색 형광물질을 운반하는 단백질 모터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세포 내부를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특정 세포로 약물을 전달하는 데에도 활용 가능하며, 환경에 반응하는 새로운 DNA 컴퓨터를 설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DNA 나노튜브 레일과 단백질 모터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차(아래 링크에서 동영상 확인)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biologists-have-created-world-s-smallest-train-switchyard

출처 : Science, Biologists have created the world’s smallest ‘train switchyard’, 2022.3.11. / Science, Programmable molecular transport achieved by engineering protein motors to move on DNA nanotubes, 2022.3.10


인생이라는 시간의 레일 위에서 우리는 마치 열차와 같이 때때로 힘들여 실어 올린 화물도 있고, 무심코 실은 짐도 있다. 또 어떤 정차역에서는 내릴 때가 되어 떠나보낸 짐도 있지만, 그러면 안 되었었는데 무심결에 놓친 것들도 있다. 나의 10대 때에는 오로지 나의 기준에 의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 30대를 거치면서 내 열차에 은근슬쩍 무임승차했지만 연료를 어마어마하게 소모하게 하는 타인의 기준이라는 짐을 이제 50대에 진입하는 인생역에 내려놓고 출발해야겠다. 그러면 내 꿈인 귀여운 할머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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