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세 Jul 28. 2023

플라스틱 쓰나미에 대처하는
파타고니아와 바이오 R&D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 있는 웅장한 산인지도 모르던 때부터 언뜻 본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좋았다. 아마 내 취향 저격인 알록달록한 색감과 또 이와는 대비되는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이 좀 나가기 때문에 구매한 것이라고는 아들의 긴팔 티셔츠 하나, 또 아들의 반팔 티셔츠 하나이다. 아! 그리고 내 거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 모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파타고니아 스티커 모음이다. 나는 이 스티커들을 좋아라 하며 텀블러에도 붙이고, 컴퓨터에도 붙이고, 오랜 기간 애정하며 신었던 헌터 장화의 갈라진 부분을 때우는 데에도 사용했다.


그러다가 파타고니아를 다시 접하게 된 시점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되던 때, '파타고니아 이야기(Some Stories: Lessons from the Edge of Business and Sport)'라는 책을 읽게 되었던 때이다. 활동 반경과 움직임의 범위가 좁았던 코시국에 눈을 시원하게 하는 눈 덮인 산봉우리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는데 머리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쿨한 책이었다. 내 비록 암벽 등반이니 빙벽 등반이니 엄두도 못 내는 소심이지만, 동네 뒷산 등반 애호가로서 목숨을 지탱해 주는 이러 저한 등반 장비가 신기했고, 좋아해서 즐겨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일로, 또 그 일이 좋아하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파타고니아 창업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경영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는 '파타고니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이라는 책을 통해 더 알 수 있었는데, 기업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비행 청소년을 연구하라라는 말처럼 이본 쉬나드 방식대로의 경영 철학("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을 실천하는 여러 가지 시도도 인상적이었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에 진심인 파타고니아의 활동에 특히 관심이 갔다.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나일론을 염색하는 데 쓰이는 형광빛 염료가 유독한가? 와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그리고 유독성, 발암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PVC) 사용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플라스틱 쓰나미(plastic tsunami)가 오고 있다고 한다. 



100년 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지구 환경과 공중 보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50∼2017년 생산된 92억 톤의 플라스틱 중 절반 이상이 2000년대에 만들어졌고, 폐기물 중 약 80%가 매립지에 묻히면서 재활용된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에 이어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3번째로 많은 국가로 조사되었다. 땅이 넓어 폐기물 매립이 가능하여 문제의식이 크게 없었던 미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가 3위라니 충격적이다.

2016년 기준 총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좌), 1인당 폐기물 배출 주요 국가(우)

출처 : Nature, Plastics tsunami: Can a landmark treaty stop waste from choking the oceans?, 2022.11.22.


지난 10년 동안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I)은 여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용화와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지만 AI를 활용하여 효과적인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플라스틱병 재활용 공장에서 나오는 파편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일명 페트)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하였다. 이 박테리아는 합성 폴리머인 페트를 단량체로 분해하는 2가지 효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PETase(페트 가수분해효소)가 분해 과정의 핵심 효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연구팀은 구조 기반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어떤 효소 구조가 온도에 안정성을 보이면서 플라스틱을 신속하게 분해하는지 예측하였고, 이를 통해 기존 PETase 보다 반응 속도도 빠르고, 안정성이 높은 FAST-PETase(Functional, Active, Stable and Tolerant PETase)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FAST- PETase로 51개의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잘 분해하는지 실험한 결과, 모두 50°C에서 일주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PET 물병 전체(약 9g)를 2주 이내에 분해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참고로, 두께 0.5mm의 PET로 만든 물병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는 약 45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FAST-PETase에 의한 PET 물병의 분해

출처 : Nature, Machine learning-aided engineering of hydrolases for PET depolymerization, 2022.11.22.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 제작 과정에서 분해효소를 함께 넣는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빨리, 제대로 분해하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결과가 있었다.  PLA(poly lactic acid)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으로 제시되었으나, PLA 봉투나 주방용품, 컵 뚜껑 등은 제대로 썩지 않고 쓰레기 매립지로 유입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생성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다른 플라스틱을 오염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분해효소는 적당한 물과 열에 노출되면 활성화되어 PLA 고분자 사슬을 분해함으로써 PLA를 토양 내 다양한 미생물이 처리할 수 있는 젖산(lactic acid)으로 전환하는데,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하여 옷, 신발, 휴대폰, 컴퓨터 등 우리가 버리는 많은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생분해성 접착제를 사용한 컴퓨터 회로 또는 전자제품은 폐기 시 접착제를 녹여 장치를 분해하여 모든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PLA 외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을 생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연구 중이다.



책에는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보이는 인물과 기분 좋은 동질감을 느끼게 한 부분이 있다. "항상 나 자신을 80퍼센트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라는 부분이다. 나도 그런데 그도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활동에 80퍼센트의 능숙도를 달성할 때까지 열성적으로 임한다고 한다. 당연히 무엇에 대한 능숙도이냐는 나와 어마어마한 수준과 속도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80퍼센트냐 100퍼센트냐는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이며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본 쉬나드의 80퍼센트는 누군가 보기에 이미 100퍼센트를 넘어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80퍼센트까지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80퍼센트 이상을 넘어서려면 집착과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일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80퍼센트 수준에 이르면 시들해져서 전혀 다른 일로 이동한다. 파타고니아의 제품 라인이 그토록 다양하고 우리의 다재다능하고 다면적인 의류들이 크게 성공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하고 있다. 80퍼센트에서 20을 더해 100퍼센트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는 완전함 보다는 다양성을 더 가치 있게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왜 100퍼센트까지 가볼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나는 어려서부터 운동 신경이 좋은 편도 아니고, 체력이 강한 편도 아니었다. 학창 시절 체력장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특히 100미터 달리기를 너무 공포스러워했다. 짧은 순간 전력질주 해야 하는 것은 전혀 해볼 만한 것이 아니었던 반면에 턱걸이나 오래 달리기는 하자면 할 만한 편이었다. 그리고 나는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빨리 질리기보다는 오래 꾸준히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이런 나의 신체적, 성격적 특성 때문에 가늘고 길게 가는 것에 더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 싶다.


이본 쉬나드 할아버지는 완전함 보다는 다양성을 더 가치 있게 추구한다면, 나는 신체적으로, 성격적으로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기보다 나는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이런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을까? 나는 시작에 더 의미를 두기 때문이라고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자 한다. 정상과 목표를 바라보기보다 부담 없이 시작하고 싶다. 그래야 더 쉽게, 다양한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시 열성적이면서도 빠르게 100퍼센트로 올려놓고 이것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에 이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누가 있을까? 요즘 같아서는 톰 아저씨(톰 크루즈)가 생각난다. 하지만 100퍼센트이냐 80퍼센트이냐 이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내 나름의 성취와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나는 80퍼센트를 선택했다고만 정리하자! 남편의 눈에는 좋게 봐야 20퍼센트라고 해도 이 또한 중요하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심장)와 나(뇌)의 연결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