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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한 Mar 12. 2024

들어가는 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여태까지 겁쟁이로 살아왔고 지금도 겁쟁이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쭉 겁쟁이로 살아갈 것 같아요. 제가 겁쟁이라고 하는 것은 공포영화를 못 보는, 그런 부류의 겁쟁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항상 미래를 두려워했고, 제 건강을 두려워했어요. 그냥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제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두려워했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저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이 두려움을 극복해 보려고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게다가 오히려 이런 극복을 위한 시도와 노력들은 오히려 저의 신경을 쇠약하게 만들었고 제 건강을 더 나쁘게 만들었어요. 참 이상하죠? 사실 평범한 장애물이나 고난은 그래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노력을 하면 극복할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거든요.  저도 살면서 겪었던 다른 어려운 고난들은 다는 아니지만 웬만한 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두려움에 관련된 것만큼은 예외였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포기하게 되었어요. 20년이면 할 만큼 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극복하지 않기로 했어요.


어? 그런데 극복을 포기하면 두려움에게 진 것이 되고 그러면 삶의 패배자가 된 것 아닐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 두려움만큼은 극복을 포기하더라도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극복을 능동적으로 포기한 후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인 두려움과 공존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거예요.


직접 두려움과 공포감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내 온 마음과 온 정신, 여하튼 나란 존재 전체가 그 거대한, 정말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진 두려움에 감히 저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덜덜 떨게 돼요. 너무너무 힘들 답니다.


저는 겁쟁이이고, 이 글에서 겁쟁이인 제가 겪었던, 두려움과 관련된 제 머릿속 세상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릴 거예요. 어떤 분은 이것을 보고 ‘어?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뭐야 이거? 이 사람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만약 너무 이상하게 생각된다면 이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다른 글로 시선을 옮겨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더 읽을 수 있겠다 싶으시면 조금만 더 읽다가 중간중간 다시 한번씩 글을 더 읽을지 말지를 계속 체크해 주세요. 무리하게 읽으시면 오히려 정상적인 정신을 갖추신 분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조금씩이라도 공감하시면서 끝까지 읽어 가신다면 그분은 두려움과 관련해 조금은 이전과 다른 시각을 갖추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이 글을 쓰는 것이 저는 겁쟁이답게 두려워요. 제 머릿속을 꺼내 보이는 것이 사실 많이 부끄럽고 남들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두려워요. 하지만 겁쟁이로 살아왔기에 겁쟁이만이 볼 수 있던 세상이 있었고 저 같은 겁쟁이가 두려움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택한 방법들에 대해 떨리는 마음으로라도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어요. (혹시 제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아, 이런 방법을 이 사람은 시도했구나 정도로 너그럽게 읽고 넘어가주세요.) 그렇게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과 함께 제 기준에서는 너무나 무서운 이 세상을 두려워하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 싶어요. 혼자보다는 함께 갈 때 조금 덜 두려우니까요. 역시 저는 겁쟁이네요. 그러면 겁쟁이다운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두려움과 더 잘 공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여행을 함께 떠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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