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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한 Mar 26. 2024

생각패턴

내 생각과 반대로 되는 걸까?

지금부터는 평상시 제가 미래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말해보려 해요. 앞선 글처럼 선택을 해야 할 때라든가 다른 사람과 관련된 미래가 아니라, 오직 저만의 미래를 평상시 떠올릴 때 제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작동했어요.

‘내가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한 것은, 실제로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어떻게 이것이 제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저는 어릴 때 왕따 비슷한 걸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들은 제가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제 말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화가 났지요. 뭐랄까, 내 의도는  이러했으니 이런 식으로 답변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친구들은 저를 놀리느라고 올바른 대답을 하기는커녕 비비 꼬인 말로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거든요. 그게 저는 많이 힘들었나 봐요. 그래서 제 의도가 좌절되는 것을 친구들로부터 경험하면서 위 이상한 생각이 제 안에 정착되는데 영향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한편 어렸을 적에 저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화에 나오는 똑똑한 주인공처럼 미래가 제가 예측한 대로 일어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일어나더라고요. 제가 분명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확신하면 오히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제 생각과는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경험이 어린 시절에 반복되면서 위 생각이 점점 제 안에서 뚜렷해져 갔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만약 뉴스의 날씨예보에서 내일은 아침부터 비가 올 거라고 했다고 할게요. 그러면 예보를 들은 저는 생각해요. ‘그래, 내일은 내가 아침에 나가면 비가 오겠다.’ 하지만 정작 내일 아침이 되어 우산을 들고 밖에 나가보면 비가 오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생각하죠. ‘그래, 내가 비가 올 거라고 미리 생각해 버렸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구나.’ 우습죠? 그냥 예보가 틀렸거나 조금 있다가 비가 올 수도 있는 건데 저는 이것을 제 생각 탓이라고 여긴 거예요. 이런 식으로 저는 어떤 미래를 미리 생각해 버리면 그 미래는 제가 미리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고 이와는 다른 미래가 일어난다고 믿어버렸어요.


여기서는 날씨를 예로 들었지만 이와 같이 미래가 제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경우는 많이 일어나요. 이와 같은 경험들이 일상에서 쌓이다 보면 저는 제 생각대로 미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치 신념처럼 가지게 되는 거예요. 물론 제 생각대로 일어나는 미래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쉽게 무시되었고, 저는 균형을 잃은 채 제 생각대로 되지 않는 미래의 경우만을 신념처럼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신념화된 생각을 [생각패턴]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러므로 제 머릿속 첫 번째 생각패턴은 다음과 같아요.


[생각패턴 1] 내가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한 것은, 실제로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 생각패턴에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다음 생각패턴을 살펴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일주일 후 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합격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생각패턴 1] 때문에 저는 어떻게든 일주일 동안 머릿속으로 다음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돼요. ‘일주일 후 발표에서 난 합격하게 될 거야.’ 이 생각을 떠올리면 전 [생각패턴 1]에 의해 불합격하겠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이 생각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생각이라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피하려고 할수록 더 떠오르는 게 생각이어서, 불현듯 이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전 어떻게든 [생각패턴 1]의 영향에서 벗어나 합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꼼수를 이 생각에 적용해요. 떠오른 이 생각 뒤에 꼬리처럼 또 다른 생각을 재빨리 가져다 붙이는 거예요. 다음처럼요. ‘나는 일주일 후 합격할지도 몰라.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난 합격하지 못할 거야. 시험을 그렇게 잘 본 것도 아니니까 분명 떨어질 거야.’ 우습죠? 이렇게 좋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반박하는 생각을 뒤에 갖다 붙임으로써, 결론적으로는 나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되므로 이로써 저는 안도할 수 있었어요.


결국 [생각패턴 1]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해 좋은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좋은 미래를 생각하면 그 미래는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결국 저는 나쁜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죠. 나쁜 미래를 떠올려야 오히려 그 나쁜 미래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겼으니까요. 이것이 [생각패턴 1]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온 [생각패턴 2]였어요.


[생각패턴 2] 좋은 미래를 미리 생각하면 그 미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쁜 미래를 미리 생각해야 그 나쁜 미래를 피할 수 있다.


좋은 미래를 생각하면 정작 그 미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오히려 나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나쁜 미래가 일어나지 않으며 좋은 미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바로 이것이었어요. 게다가 바로 이 [생각패턴 2]로 인해 저는 자연스럽게 [생각패턴 2]가 더 심화된 [생각패턴 3]을 얻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아요.


[생각패턴 3] 극단적으로 가장 나쁜 미래를 일부러 미리 생각해 버린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중에 극단적으로 가장 나쁜 생각을 미리 해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바로 그 최악의 미래만큼은 피할 수 있다고 믿어버린 거예요. 제가 생각한 미래는 그대로 일어나지 않으므로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가 있다면 그것을 미리 생각함으로써 피할 수 있다는 논리였죠. 지금까지 살펴본 생각패턴들을 보기 편하게 한꺼번에 적어볼게요.


[생각패턴 1] 내가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한 것은, 실제로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패턴 2] 나쁜 미래를 미리 생각하면 그 나쁜 미래를 피할 수 있다.

[생각패턴 3] 극단적으로 가장 나쁜 미래를 일부러 미리 생각해 버린다.


한 세트로 이루어진 이 생각패턴들은 제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어요. (혹시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혀보신 적이 있나요?) 이러한 생각패턴들에 사로잡히면 저는 어떤 상태로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생각패턴 1, 2, 3]에 의해 평상시 저는 미래에 대해 온전히 좋은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저는 곧바로 여기에 나쁜 미래를 덧붙여 생각했지요. 그것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미래를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머릿속이 나쁜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현재에 행복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저는 나쁜 미래를 피하기 위해 어리석게도 현재를 불행으로 채웠던 거예요. 현재가 불행한 것이 제가 떠올린 그 무섭고 불행한 미래를 실제로 겪게 되는 것보다 낫다고 여겨버렸던 거지요.


생각패턴들에 의한 영향이 지속되면서 결국 저는 평온한 상태, 기분 좋은 상태 자체를 배척하게 되는 것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지금 뭔가 무서워하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평소의 상태로 선택해 버린 거예요. 즉, 생각패턴의 작용에 의해 불안함이 만성화되고 습관화되어 버렸어요. 지금 제가 기분이 좋거나 편안하면 뭔가 미래에 이 편안함을 깨뜨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역설적이게도 제게는 불안한 상태가 오히려 편안한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제가 지금 불안해야 오히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거지요. 결국 생각패턴들에 의해 저는 현재의 행복을 잃어버리고 불안 속에서 매 순간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어요.


[생각패턴]들은 내게서 현재의 ‘행복’을 빼앗았고 ‘불안’이라는 불행 속에서 삶을 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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