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오늘

8화-무너지지 않기 위해 무너지기를 선택하다.

by 송필경

사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마음의 고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

그 뒤에서 나를 지탱하던 모든 게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자리를 다시는 못 채울까봐...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인 내가

무너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더 큰 짐이 될까 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 대신 침묵을 삼키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이 곪아 터지도록 버텼다.


하지만 결국,

가장 아프고 힘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바닥에 쓰러졌을 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를 돌보지 못한 시간들이

나를 가장 많이 무너뜨려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애써 괜찮은 척을 했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멀지 않은 어딘가에

불 꺼진 방 틈 사이로

아주 작게 스며드는 빛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선 나는

또 한 번 걸음을 멈추었다.

그 빛이 진짜일까,

정말 내가 바라던 길일까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오늘, 나는 그 가능성에

작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기대어본다.

다시 한 걸음.


비틀거리더라도.

언젠가는

진짜 나로 태어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