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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동캠핑장에서, 가장 조용한 전투에 대하여

불꽃아래 참는다는 건

by 송필경


상념은 불빛 아래 길게 눕고
소리 없는 전쟁은 숯불처럼 오래 탔다.
동트기 전, 타닥이는 불씨에
잊힌 말들이 연기처럼 저며졌다.

불꽃 하나 튈 때마다
마음은 유리잔처럼 떨렸고
남기지 못한 말들이
조금씩 안으로 꺾여갔다.

그럼에도 나는 웃었다.

불편한 마음을 숯 속에 눌러
아이의 웃음으로 바꾸는 일—
어른이라는 이름은 때로

가장 조용한 칼날 위에 서는 것.

울컥이는 감정을
바람이 아닌 등 뒤의 산이 막아주었다.

지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참았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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