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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공원에서의 그리움

보고 싶사옵니다. 어머니

by 송필경

십 년 전이옵니다, 어머니
애써 급히 저를 두고
말 한마디 없이

저 먼 길 떠나셨지요.

구 년 전에
달 밝은 밤
돌계단 아래 엎드려
목멘 가슴으로 속울음 삼키며
“어머니… 어머니…”
그리움 불러보았사옵니다.

팔 년 전엔,
꿈결에 어머니 손길이 스쳐
눈물 가득 두 손 모아
감사 올렸사옵니다.
“고맙습니다… 이 목숨 낳아 주셔서…”

칠 년 전,
들길 따라 걷다
어머니 이름 혼자서 불러보았나이다.
그 이름,
입술 끝에 맴돌다 바람 되어 사라졌사옵니다.

육 년 전엔,
어머님 무릎 베고
잠들던 기억 떠올리며
차가운 땅바닥에 고개 조아려 앉았사옵니다.

오 년 전,
시장 골목 국화꽃 앞에 멈추어
“어머니 좋아하시던 향이지요…”
말없이 그 향기를 가슴에 묻었사옵니다.

사 년 전엔
그제야
비로소 알았나이다.
어머니는 멀리 계신 것이 아니옵고,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고요히 뿌리를 내리고 계셨사옵니다.

삼 년 전,
어머니 생각에
그 옛날 추억 한 자락 꺼내보니,
들꽃 같은 미소 떠올라
저도 모르게 살짝 웃었사옵니다.

이 년 전,
오래된 사진 속 어머님 눈빛 바라보다
남몰래
입을 맞추고,
속삭이듯 사랑을 고백하였사옵니다.
사진 속 어머님,
그 미소 속에 담긴 사랑이
어찌나 고요히 빛나던지요.

작년,
하염없는 길 위에서
혼잣말처럼 읊었사옵니다.
“어머니…
아직도 그립사옵니다…”

그리고 오늘,
이 뿌리공원 느티나무 아래,
바람이 젖고
노란 은행잎 하나
제 어깨 위에 내려앉았사옵니다.

그게 어머님 손길인 듯하여,
저,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았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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