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척교 사계
봄 목척 다리 아래서 꽃향 먼저 숨 쉬올제
풀 내음 곰삭은 바람, 장 담근 안뜰 스며드니
물가엔 벚꽃 피올 제, 이내 마음 벗은 듯이
손끝마다 전해오는
춘향(春香)의 숨결 다가오도다.
여름볕 쏟아질 제 햇살 쪼개 비늘 빚도다
버들잎 더운 눈길로 대전천 감싸올 제
거닐던 연인들 웃음소리, 하늘빛에 녹아들어
간판 너머 흐르는 빛,
세상마저 뚜렷하도다.
가을 들면 입 안 먼저 단 맛이 올라오고,
고구마 익은 군불 향기 저녁참에 퍼지올제
목척장(시장) 건너오던 밤,
묵은 기름향에 젖던 기억
그 맛마저 아릿하니, 님 계시던 자리로다.
겨울 오면 차디찬 손 난간 위로 머무르고,
눈꽃 하나 소식 없어 이별조차 말 없거늘
숨 죽인 바람 속에서도 얼굴을 녹이다가
다시 온기 스미올 제,
님 생각이 피어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