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갑천다리 위에 환상

그대는 노을, 나는 풍경의 착각

by 필경 송현준

붉게 쏟아진 하늘이 갑천 다리 위,
그날의 노을은 너무 아름다워
이별마저 잠시 숨을 죽였다.

사랑은 언제나,
가장 빛날 때
가장 빨리 사라졌다.

그대의 웃음,
그대의 침묵,
그 짧은 반짝임에
나는 홀로 불붙었고
홀로 타올랐다.

내가 사랑했던 건
그대가 아니라
사랑하고 싶었던
나 자신이었는지도.

그대는 나의
결핍이 만든 거울,
내 환상이 기댄 풍경.

같은 시간을 걷는 줄 알았지만
그대는 단 한 번도 나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또다시,
그대를 향해 달린다.

돈키호테는 바람을 향해 창을 들었지만
나는 무심한 그대의 눈빛 하나에 검을 빼든다.

현실이 아닌 이상을 쫒는 자,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자,
그리고 그 무기로
스스로를 찌르는 자
그 모든 것이 나였다.

노을은 져도
강물은 말없이 흘러가고
그대는 내 기억의

가장 투명한 색으로 남았다.

손끝조차 닿지 못했던 그대였기에,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만
영원히 살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