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에게 말을 걸다
식장산 꼭대기에서
불빛으로 가득한 너를 봤어
저 멀리서 보면
너는 참 예쁜 사람이더라
가로등은 마치 따뜻한 인사처럼 켜져 있고
도로는 말없이 마음을 내어주는 팔 같고
창들은 모두 작은 별처럼 반짝이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그 빛 아래에선
사람들이 천천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안부보다 알림이 먼저고
사랑보단 사정이 먼저더라
그래서 나는,
그 속엔 살지 않기로 했어.
그저 멀리서
너라는 야경을 바라보는
작은 도인이 되고 싶었거든.
고요 속에 너를 담아내고
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밤의 끝자락에 앉아 있을래.
너는
아름다워서 슬프고
나는
슬퍼서 조용해지는 밤이니까
불빛은 가까이 갈수록 눈부시고
사람은 가까이 갈수록 외롭잖아.
그러니까
오늘 밤도 나는
너를 멀리서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