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길에서 핀 인연
대청호 오백 리 물길 따라
붓 들고 말 탄 도령 하나,
과거 보러 떠난 길이라 하였소.
허나, 경치란 것이
한 폭 병풍 되어 마음 붙잡고,
버들잎 흔드는 바람결에
길마마저 느려졌지요.
그즈음이었소.
노란 치맛자락 휘감기며
도화 향 실은 규수 하나,
나비처럼 스쳐 지나가니
내 마음, 그 자리에 머물렀소이다.
벼슬보다 귀한 인연이요,
장원 급제도 부질없는 꿈이었소.
이 미련한 몸은 그대 따라
백 리, 천 리를 묻지도 않았지요.
사람이 산다는 것,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는 법.
허나, 나는 웃소이다.
벼슬 잃고, 아내 얻었으니
이 몸의 과거는 그대요,
이 생의 급제는 그대였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