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아가기 위한 침묵속의 신호
야구에서 가장 조용한 장면은
어쩌면 가장 뜨거운 대화가 오가는 순간입니다.
포수가 무릎을 꿇고
글러브 뒤에서 손가락을 살짝 흔듭니다.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천천히 흔듭니다.
서로의 리듬을, 믿음을,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읽는 겁니다.
말 없이도 전해지는 사인.
‘나를 믿고 이 공을 던져줘.’
‘좋아, 가보자.’
삶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의 관계에서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시간들.
“힘내”라는 말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먼저 놓여질 때,
“괜찮아”라는 말 없이도
묵묵히 곁을 지켜줄 때.
그건 말이 아니라 사인입니다.
나 여기 있다고,
너 혼자가 아니라고.
야구에서 사인은
단지 다음 공의 종류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포수와 투수, 코치와 주자,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이기 위한 약속입니다.
팀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사람들 사이의 대화.
우리도 인생의 포수이자 투수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인을 보내고,
누군가의 사인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인은 기술보다 관계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사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살면서 때로는
말이 부족한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눈빛으로,
침묵으로,
작은 손짓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사인을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사인을
눈치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인은 말보다 조용하지만,
말보다 정확하게 진심을 전합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타자나 투수가 외롭게 서 있어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사인의 의미는 커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고비에서
혼자 던지는 공처럼 외롭고
두려운 순간을 마주하지만,
그때 누군가의 조용한 ‘사인’이
우리에게
큰 용기와 방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살펴보세요.
혹시 지금, 당신의 사인을
기다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