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콜

누구에게나 들려야 할 신호

by 송필경

“소리가 곧 길이고, 길이 곧 생명입니다.”

야구는 소리의 스포츠입니다.

공이 미트에 꽂히는 묵직한 소리,
배트에 맞아 날아가는 쨍한 타구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마디.


“스트라이크!”
“볼!”
“세이프!”
“아웃!”

이 외침은 단순한 규칙 선언을 넘어,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선수의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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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길이 되는 야구


시각장애인 야구는 일반 야구와는 다릅니다.
눈이 아닌, 귀로 경기장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에는 소리가 납니다.

배트와 공이 부딪칠 때도,
수비수가 던질 때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심판의 콜입니다.


그 외침이 없다면,
타자는 언제 달려야 할지 모르고,
수비수는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릅니다.


콜이 들려야 경기가 시작됩니다.
콜이 들려야, 그들도 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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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이 들리는 한, 저는 이 게임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시각장애인 야구팀의 한 선수가 말했습니다.
그가 공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며 말한 건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 안엔, 자신이 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벅찬 확신이 담겨 있었죠.


우리에겐 당연한 그 한마디 콜이,
그에게는
“너도 이 경기의 일원이다.”
“너의 플레이가 인정받고 있다.”
라는 말이 되어줍니다.


소리는 방향이고,
소리는 존재의 증거입니다.


그가 뛸 수 있었던 건,
누군가 그에게 소리로 길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심판 콜은 배려의 언어입니다

누군가에겐 ‘아웃’이 단지 판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격려가 됩니다.

‘스트라이크’의 외침,
‘볼’의 외침,
그 모든 콜은 룰을 위한 신호를 넘어서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야구는 원래부터 소리와 몸짓이

어우러지는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소리는

누구에게나 들려야 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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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생각 -

‘심판 콜’은 경기의 질서를 위한 절대적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 신호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향한 초대장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죠.


소리를 들을 수 있든 없든,
세상의 모든 경기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야 진짜 게임입니다.

소리를 통해 누구도 놓치지 않도록,
심판의 콜은 계속 울려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군가의 작은 신호 하나가,
어떤 이의 어둠 속에

한 줄기 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에겐,
그 외침 하나가

“함께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스트라이크!"
"세이프!"
"괜찮아, 너도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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