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비 오는 날의 창가
창밖에 비가 내리던 날이었지.
우리는 말없이 창가에 나란히 앉아
세상이 조용히 젖어가는 걸 지켜봤어.
너는 유리창에 손을 대고
빗방울을 따라 손끝을 움직였지.
그 작은 손가락이
투명한 세상 위에
너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때,
아빠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었어.
"아빠, 이게 뭐야?"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이 말했어.
세상이 궁금하고,
이 모든 게 신기하다고.
그 순간 아빠는—
너의 첫울음, 첫 웃음,
처음 내게 달려오던 그 조그만 발걸음을
하나하나 꺼내 들춰보았단다.
처음 뒤집던 날,
우리는 손뼉 쳤고
처음 서있던 날,
아빠는 몰래 울었지.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사이
아빠의 기억도 조용히 내렸어.
네가 태어난 날,
세상은 축제처럼 반짝였고
너는 내게,
처음으로 삶을 안겨주었단다.
함께 앉아 창밖을 보던 그날,
아빠는 깨달았어.
이 평범한 오후가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적이라는 걸.
너는 아직 모를 거야.
그날 네가 그린 빗방울 위의 선들이
내 마음을 얼마나 적셨는지.
아무 말 없던 그 시간 속에서
아빠는 또 한 번,
너라는 세상에 감동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