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연작시)
활주로를 스치는 순간
푸른 속도가 천천히 식고,
기체는 무채색 도시의 품으로 가라앉는다
다채롭게 출렁이던 우리,
이제는 각자의 빛을
가슴 안에 조용히 접는다
붉은 열정은 체온 속으로 스며들고
노란 희망은 커피 잔 가장자리에 머문다
파란 이성은 이따금 창밖을 응시하며
우리가 떠났던 하늘을 기억한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신호등은 여전히 색을 바꾸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팔레트를
각자의 발끝에 묻혀 걸어간다
우리의 목적지는 도달이 아니라
‘물들임’이었음을,
그제야 깨닫는다
섞인 색은 흩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풍경의 일부로
벽지, 표정, 거리의 노을 속에 남는다
어쩌면 착륙은 끝이 아니라
빛이 뿌리를 내리는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