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장(연작시)
출국장은 늘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겹쳐 있다
나는 길게 세운 입구에 서 있다.
적당히 눌리고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며
밀려간다
내 무늬는
검사대에서 벗겨진다
색에 들떠 있다
붉은 띠가 선명하고
푸른 물결은 잔잔하지 않다.
손목을 지나가는
무채색 장갑의 리듬
벗은 곳 위로 스치는
질문 없는 탐색
탑승은
길게 열린 틈 속으로
적막한 리듬을 따라 밀려들었다.
검은벨트를 감는다
움직임을 고정하고
기체는 깊은 숨을 들이쉰다.
푸른 기압은 단단해지고
좌석 아래, 은은한 진동
노란구름을 통과할 때
내 안 어딘가도 낮게 떤다.
말은 금지되어 있다
몸만 느껴진다
조용한 흔들림 속에서
색이 하나씩 겹쳐진다
출국은 항상 도착보다 먼저 끝난다.
그러나 한참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내 안의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