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잇는손
기억 속, 어느 오후의 비행장.
아버지의 팔은 햇살의 냄새로 젖어 있었고,
작았던 나는 바람의 손바닥 위를 미끄러졌다.
신발 끝으로 번져온 지면의 온기
그 온기가 무릎까지, 가슴까지, 내 전부를 데웠다.
숨결은 하늘 아래서 맴도는 구름의 속살 같았고,
아버지의 손등엔 바람결이 내려앉았다.
지금,
어느새 커버린 내 곁에
눈빛으로 먼저 말을 거는 아이가 있다.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고,
“비행기”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내 심장에 동심원을 그린다.
엔진은 긴 숨을 들이마신다.
기체는 뒤로 젖혀지고,
귀를 스치는 건 진동하는 금속의 떨림.
두려움이 손끝을 스치며 지나가고
설렘은 마음 깊은 곳에서 문을 두드린다.
힘차게,
다시, 더 힘차게
심장은 이륙을 준비한 새처럼
가슴 속 활주로를 박차고 뛴다.
우리 셋은,
무게를 잊은 몸으로
파란 하늘의 이음매를 따라 나아간다.
기체는 천천히 구름의 살결을 가르고,
날갯짓은 별빛을 밀어 어둠을 걷어낸다.
기억의 잔상이 흩어지고
시간은 아래로 멀어지며,
우리는 저마다의 빛으로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