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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스토리와 함께 하는 나의꿈

글이된 나

by 필경 송현준

한동안 나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며 살아왔다. 겉으로는 웃고, 대화를 이어가며,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듯 보였지만 속은 늘 무겁고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매일 홀로 나 자신을 버티어야 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웃는 순간에도, 내 안쪽 깊은 곳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자리했다. 표정은 괜찮아 보였으나, 마음은 언제나 쓸쓸한 겨울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다니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몇 줄의 글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기록이 나의 내면을 서서히 흔들기 시작했다. 숨겨둔 감정을 종이 위에 흘려보내는 순간, 오랫동안 굳게 묶여 있던 매듭이 조금씩 풀리며 빛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밤, 조용히 글을 쓰다가 문득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만의 눈물이 아니었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가 세상으로 흘러나오는 순간의 해방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억눌린 감정을 한 줄 한 줄 내려놓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할 수 있었다. 상처와 두려움, 희망과 절망이 글 속에서 형태를 얻으며 나를 마주하게 했다. 결국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글을 쓰고 난 뒤,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공기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길을 걷다 마주친 나무와 하늘, 스쳐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전보다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전에는 무심히 흘려보내던 것들이 비로소 나의 감각 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살아 있다’는 실감을 되찾았다.


브런치 스토리는 이제 나에게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기록하고, 나를 치유하는 창이다. 나의 일상이 문장이 되는 순간, 평범한 하루는 다시 특별한 의미를 얻는다. 무엇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나를 다시 글 앞으로 이끌었다.


나는 종종 상상한다. 어떤 독자가 내 글을 읽으며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고르는 모습을. 그 순간, 잠시나마 자신의 무게를 내려놓고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 모습을. 그 상상만으로도 나는 글을 이어갈 이유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나의 꿈은 분명하다. 나처럼 길을 잃고 어둠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 글이 작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 그 빛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깊은 밤하늘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빛처럼, 잠시 방향을 알려주는 불빛이면 충분하다.


물론 글쓰기는 쉽지 않은 길이다. 스스로의 상처를 꺼내어 마주하는 일은 때로 쓰라리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나는 더 단단해진 나를 발견한다. 글은 나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시 세워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나의 기록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이는 꿈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진심이 담겨 있다면 충분하다. 누군가 그 책을 읽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글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와 함께하는 이 꿈은 나의 삶을 기록하고, 나를 위로하며, 다른 이에게 건네는 작은 손길이다. 나는 글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그 치유가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작은 댓글 하나, 짧은 반응 하나가 내게 큰 용기가 되었듯, 나 또한 누군가의 길 위에 작은 등불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내가 남기는 작은 기록들이 언젠가 모여, 누군가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임을. 그 믿음 하나로, 나는 앞으로도 글을 이어갈 것이다. 언젠가 내 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아 서로의 상처와 희망을 나누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조용히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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