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2

작고 웃픈 하루들

by 송필경

새벽의 마라톤


타는 목마름은
늘 새벽,
깊은 잠의 틈에서 시작된다.

정수기까지의 거리 —
마라톤 38킬로미터쯤.
일어나긴 싫고
목말라 죽긴 아깝고.

애엄마에게 부탁하면
잠든 시간의 평화가 깨진다.
숨통이
조여온다.

결국 조용히 일어나
정수기를 향해 걷는다.

컵을 꺼내는 순간
딸아이가 깼다.

나는 겨우 목을 축였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그 시선,
오늘도 살아남기 위한
진짜 마라톤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