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12

위기의 순간들

by 송필경

배가 아픈날


약속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배가 뒤틀린다.

그냥 좀 불편한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이건...
곧 무너질 수도 있는 수준이다.

식은땀이 흐르고
눈은 화장실 간판을 찾는다.

길 위의 모든 간판은 치킨집이고,
마실 곳도 많지만
그 ‘한 곳’은 없다.

화장실

저 멀리 반짝이는 구조물,
가까이 가보니
문은 잠겨 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판단은 끝난다.

돌아간다.
집으로.

나는 갑자기 육상부 출신이 된다.

다리가 무겁지만
마음은 빠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계가 움직이길 기다리는데

사람은 참을 수 있어도
기계는 느리다.

식은땀 + 눈물.

…결국 살아 돌아왔다.

평범한 날,
너무 인간적인 하루의 기록.

그날의 나는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다시 배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