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14

아이에 시선

by 송필경

LH뷰 아래, 개근거지


나는 LH에 산다
회색빛 잎사귀로 뒤덮인 숲,
아침이면 그 잎사귀들이
숨 막히도록 조용히 떨린다.

담벼락 너머,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철거 현장의 망치소리처럼
서걱이며 내 귓속에 파고든다.

‘개근거지’
낯선 말끝에서 던져진 소리,
겨울 골목에 흩어진 낙엽처럼
따갑게 내 가슴에 박힌다.

창밖 유리창은
내 얼굴을 얼룩진 그림자로 만든다.
나는 그 그림자 속에서
“왜 나만 그런건지”를 묻는다.

구름 낀 숲,
촉촉한 이슬에 젖어
길을 잃은 그림자 하나
천천히 흔들린다.

멀리,
밤하늘 달빛 하나
깜박이며 나를 부른다.

LH뷰 아래
개근지 뒤,
나는 자란다
그늘 속 아이,
빛 없는 길을 걸어간다.

“할머니, 우리 해외 가요.”
작게 말한다.
할머니 눈빛에는
희미하고 촉촉한 물이 스민다.



작가의 말

-그늘에 길들여진 아이는, 빛이 아니라 그늘의 모양을 먼저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