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균사의 망각)

5화

by 송필경

균사의 망각


균사의 맹아.

이 기원의 출처는 어디인가.

텅 빈 곳에 불시착한 환영인가,

혹은 내 안에 뿌리내린 깊은 부식인가.


너 역시 나와 같으니.

하찮은 숨결로 잉태되어,

가장 낮은 생의 서사를 공유하는가.

진정 그뿐인가.


허나 나는 기어이 눈을 감는다.

불현듯 드러난 너의 형상,

내 그림자의 나약함과 조우하여

결국 나를 파괴할 것 같아서.


세상의 눈길마저 속삭인다.

“곰팡이야, 너는 여기까지.”

그 침묵의 명령 앞에

존재는 한 조각 오류로 스러진다.

그것이 옳은가.


차가운 멸균의 서막이 드리우고,

서늘한 거품이 너를 덮친다.

허공에 흩어지는 하얀 재,

내 존재의 가장 깊은 틈새까지 파고들어 삭인다.


불현듯, 나는 묻는다.

소멸한 것은

너의 현존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지워낸 후

무의미가 되어버린

나의 고독한 명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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