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아로이 생긴실)

6화

by 송필경

아로이 새긴 실


어찌 빛은 이리

지독히, 무심한가

존재의 투명함인가


분무기처럼 흩뿌린 빛 조각

그대, 너무 가늘어

묵음의 심장을 꿰뚫지 못한다


고통은 희미해지고

시간은 푸른 안개처럼

나를 잠식하지만


달 뜨는 밤

감은 눈꺼풀 위로

지워야 할 기억들

핏물처럼 아로이 피어난다


한낮의 궤적마저 잠식하는 그림자

꿈길에 침범하는 아린 냉기

마른 목 끝 미처 못 뱉은 이름

찢겨 흐느낌처럼 맴돈다


갈라진 운명의 파편 속

오직 그대, 홀로 빛나는

아로이 새긴 실 되어

나를 붙들어다오


실낱같은 믿음

그 끝을 붙들고

나는 어둠을

악착같이 건넌다


때로 그 실은 끊어질 듯 휘청이고

내딛는 걸음마다 파도 덮치지만

흐려지는 기억 속

지켜야 할 단 하나의 명제


부디 내일의 달빛은

상처보다 먼저

피 묻은 발을

감싸 비추어다오


달빛에 잠긴

길고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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