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새벽녘의 경계)

16화

by 송필경

새벽녘의 경계


젖은 별이 눈꺼풀 아래로 미끄러진다.
새벽은 빛과 어둠이 서로의 혀를 물어뜯는 시간.
세계는 금이 간 유리알처럼, 내 안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나는 갈대의 골격으로 흔들리며,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숨결 대신 반사광을 토해낸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나를 겨눈
빛의 단검, 혹은 잃어버린 나의 이름.


균열진 창 위로
시간의 손톱이 긁히며 금을 낸다.
고통은 문을 닫지만,
그 문틈에서 환희가 피 냄새를 흘린다.
나는 그 빛의 송곳에 손가락을 찔린다 —
피가 아니라, 타들어가는 언어 하나가 흘러내린다.

선이 사라질수록
나의 형체는 더욱 선명해지고,
모든 상처는 불꽃의 발음으로 피어나지만
불꽃은 곧 침묵의 얼음으로 응결한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단 한 줄의 숨결 — 나를 흉내내는 그림자.

새벽은 마침내
빛의 가면을 쓴 어둠이 되어
내 얼굴에 잉크처럼 번진다.
경계는 녹고,
나는 그 끝에서
한 점의 소리로 수축된다.


그러나 —
그 소리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만큼은,
아무도 지워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