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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막는 사람

3회

by 필경 송현준

비가 오면 우산은 늘 어머니 쪽으로 먼저 젖었다.
아이의 어깨가 마르면 그날은 그것으로 충분했으므로.

진단이 내려오던 날, 의사의 말은 길게 이어졌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단 하나, 오늘도 아이는 모르기를
그 하루만은 평범하게 지나가기를, 에 머물러 있었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그 말에 어머니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말이 새어나오면 또 다른 젖음이 생길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젖음을 삼킨 숨이었다.

수술대 위의 빛은 차가웠다. 몸을 침대에 맡기면서도
어머니의 입술은 집을 향해 있었다.
“금방 하고 오마.”
늦은 귀가를 알리는 짧은 인사처럼 가벼웠다.

한쪽 가슴을 잃은 뒤, 샤워 중 균형이 달라졌다며
웃어 보였지만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따뜻한 국이 놓였다.
변한 것은 몸이었지 어머니의 순서는 아니었다.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가느다란 그늘처럼 떨어진 날,
어머니는 그것들을 입김 하나 새지 않는 손으로 모았다.
그 손끝에서 한 생이 접히는 듯 보였다.

거울 앞에서 가발의 이마선을 맞추다
잠시 멈춰 서던 순간,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가
발소리가 들리는 찰나
오래된 나무가 제자리를 되찾듯 다시 곧게 섰다.

병원 주차장의 끝, 누런 가로등 아래에서
어머니는 차 문에 손을 올리고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때만이 비를 그대로 맞아도 되는
유일한 틈이었다.

약 봉투의 날짜들, 손끝에 남은 약 냄새,
저녁밥 냄새에 묻어 있던 느린 숨.
그 모든 사소한 장면이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비를 대신 맞아온 사람의 기록이었다.

이름보다 오래 남을 것은 단단한 살아냄이다.
말보다 마음으로, 몸보다 의지로 버텨낸 방식.
비를 피하지 않고 마침내 제 몸으로 비를 품어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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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