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혹은 우리가 듣는 것

12회

by 송필경

내 몸속에 있는 것은 공기일까,

아니면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어떤 울림일까.

사람이라는 존재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귀 깊은 곳에서 얇게 진동하는 그 띠 소리 또한

나를 이루는 한 조각일 것이다.


그 소리는 나만 듣는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가고 싶다.

눈으로 고백하자면—

그것은 쇠가 살며시 흔들릴 때 퍼지는

희미한 금속성 불안,

내 안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울리던 진동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나를, 너를, 우리를 살짝 건드리며

움직임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주인공이라 믿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고,

누군가 바퀴를 모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있으나

바퀴를 만든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의지 또한 어디쯤은 빗나간 채 놓여 있다.


돌아보면,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네가 보는 것을 내가 온전히 믿을 수도 없다.

세계는 그 틈에서 늘 흔들린다.


풍선이 하늘을 나는 것인지,

하늘이 풍선의 실에 걸려 있는 것인지

끝내 확신할 수 없듯—

너와 나의 경도와 위도도

날마다 조금씩 어긋나며

간극의 지형을 만든다.


그 간극 위에서

원과 원이 스쳐 탄생한 홈런 타구는

네가 만든 것도, 내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하던 한 점에서

저 홀로 솟아오른 움직임이고,

그 시작에는 언제나

귀 속 깊은 곳에서 나를 비틀어 조종하는

그 띠 소리가 있다.


그 소리는 나를 흔들고, 멈추게 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가 가까스로 남기는 자취를

아주 미세한 방식으로 알려준다.


오늘도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그 신호가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작은 증거처럼

내 안을 천천히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