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까치의 목에 걸린 새벽 한 줌이
하늘가를 늘어뜨리며 울렸다.
그 울음은 징조였는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무언가의
첫 울컥임이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들었던 팔—
그 팔의 안쪽에서
굶주린 그림자가 스스로를 긁어내리자
줄기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가라앉음은 추락이 아니었다.
땅의 어둠이 나무의 기억을 되돌려
숨겨둔 맥박 하나를
뿌리 깊은 쪽으로 밀어넣는 일이었다.
빛이 떨어졌다.
빛은 떨어지는 동안
자신이 빛인지 잎인지 잊어버린 듯
무수한 파편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드러난 나무의 속살은
마른 뼈가 아니라
저 먼 곳에서 누군가가 던지고 간
장기(臟器)의 잔형처럼 떨렸다.
나무의 끝은 창이 아니었다.
갈망이 분해되며 남긴
가느다란 경계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욕망과
스스로를 찌르려는 충동이
맞닿아 생긴
날카로운 흔적이었다.
까치는 이유를 묻지 않았고
나무는 답을 만들지 않았다.
그저,
오래 닫아 두었던 한 조각의 의지가
몸 깊은 곳 어딘가에서
느리게 틈을 열었을 뿐이다.
그러자,
하늘의 주름이 뒤틀리고
천둥의 망치가 번개의 뿌리를 흔들어
세상의 방향을 잠시 잊게 했다.
압력은 나무의 결을 뜯어내지 못했고
나무는 흔들리는 동안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오래
흔들리고 싶어 했는지 깨달았다.
밤새 까치는 울었다.
나무는 시간을 지우는 대신
시간의 빈자리만 남겨두었다.
그 빈자리에서,
사라져야만 보이는 것들이
조용히 반짝였다.
그리고 아침,
하늘은 푸른 금속 같은 얼굴로 돌아와
자신의 오래된 온기를
다시 한번 나무 위에 흘렸다.
그제야 나무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방식으로
천천히 몸을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은 대답이 아니었고,
질문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하늘의 잔흔(殘痕)이
나무의 안쪽에서
늦게 깨어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