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댄 누구신가요?

6화

by 송필경

지방에 살다 보니 02로 시작하는 번호가 뜨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 스팸이고,
받지 않아도 특별히 불편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전화가 한 번 울리고 멈추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걸어오지 않으면 굳이 콜백하지 않는다.
급한 일이면 다시 오겠지,
그 정도로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편하고, 합리적이다.
다만 가끔은 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오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는 사실이
아주 늦게 떠오른다.
그때는 이미 확인할 방법이 없어진 뒤다.

예전엔 부재중 전화가 남아 있으면
이유라도 확인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스팸이 너무 많아졌고, 그만큼 마음도 단순해졌다.

문자를 보내면
상대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까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읽음 표시 하나로 기다릴지, 그만둘지가 정해진다.
확인된 감정은 오히려 빨리 정리된다.

지만 그런 나지만 스팸전화는 흘려보내지만
나는 여전히 어머니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익숙한 숫자 몇 개가 이어진 그 번호는
이제는 목소리 대신 오래된 풍경처럼 남아 있다.


걸어도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삭제하는 일만은 하지 않았다.
방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우는 방법이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우면 다시금 생각나지 않을까봐..

스팸전화는 받지 않아도 아무 일 없지만,
받지 않은 어떤 번호는 그렇게 정리되지 않는다.

요즘은 울리지 않는 것들에 더 오래 머문다.
다시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겨둔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는 법을 배우는 일과
끝내 다시 울리지 않을 번호를
마음속에 남겨두는 일을 함께 견디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화면 위에
모르는 번호 하나가 지나가고, 나는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