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모순

by 송필경

빗물

빗물이 흐른다.
메마른 땅 위를 적시길 바랐다.

흐르기 시작하자
넘칠까 두려웠다.

입은 창이 되었고,
마음은 방패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의 초침만
조용히 지나갔다.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말은 분명했고, 바람도 분명했다.

집 안에 작은 생명이 들어오는 모습을
가끔 상상했다.
웃음소리와 작은 발자국,
낯설지만 따뜻한 풍경들.

그 상상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돌아서면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일도, 관계도, 마음도
완전히 제자리에 놓이지 않았다.

그런 내가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도 되는지
확신이 없었다.

아이를 원하면서도
조금만 더 시간이 있기를 바랐다.

조금만 더 괜찮아진 다음에.
조금만 더 준비된 사람이 된 다음에.

입으로는 소원을 말했고,
마음으로는 유예를 구했다.

응답을 바라면서도
당장은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나는 그 모순을
그때의 나로 인정했다.

혹시 지금 당신 마음도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네요.
조금 늦어도, 준비되지 않아도, 그 모순조차 당신의 일부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 마음의 흔들림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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