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물결
카페 한쪽,커피 향 속에 외로움이 숨어 있다
텅 빈 마음을 데우려다 문득 멈춰 서고,
김 서린 유리창 너머 빗줄기가 흐른다
희미한 빛이 유리 위를 타며 기억처럼 흘러간다
창밖 젖은 거리 위
지난날의 그림자가 스친다
푸른 빛을 머금고 서 있던 나
이제는 흐릿한 숨결만 남았다
지울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커피 잔 위에 은은히 비친다
시간이 남긴 무게가 마음을 천천히 누른다가
닫힌 문틈 사이 과거의 내가 서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 문을 바라본다
문이 잠시 열릴 때마다
심장은 잊힌 이름을 더듬는다
그러나 기대는 늘 엇나간다
낯선 침묵이 의자에 앉아
마음의 그림자를 삼킨다
식어가는 커피
쌉쌀함이 남았다
지난 시간을 조용히 깨운다
그 쌉쌀함은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경계
마음 깊은 곳 고독의 흔적이다
오늘도 잔을 비운다
한 모금 세월
한 모금 상실
되돌릴 수 없는 사랑 위에
희미한 허무가 내려앉는다
남은 것은 단 하나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의 흐름과
이 자리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나
첫 이별과 고독에 대하여
첫 이별은, 마치 카페 창가에 혼자 앉아 빗줄기를 바라보는 순간과 같다.
텅 빈 컵 사이로 남은 쌉쌀한 커피 향처럼, 마음 한켠이 서서히 차가워진다.
아무리 애써 붙잡아도 손끝에서 흘러가는 기억들,
말하지 못한 말들, 닿지 못한 온기들이 남는다.
그때 느낀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마치 자신 안의 공간이 잠시 비워지고
낯선 침묵이 그 자리를 채우는 순간과 같다.
그 고독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
닫힌 문틈 사이, 잊힌 이름, 그리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
첫 이별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조용히 스며든다.
슬픔이 폭풍처럼 몰아치지 않아도,
잔잔한 상실감이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깊게 누른다.
그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고,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나간 시간을 느낀다.
그리고 알게 된다.
고독이란, 지나간 사랑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온전히 품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