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세상의 끝에서 내게 온 사람
아내와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추위가 녹아버린다.
언젠가, 정말이지
"아, 인생 여기까지인가" 싶던 하루가 있었다.
회사는 지옥 같았고,
나는 겨우 몸을 끌고 집에 들어왔다.
술에 취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텅 빈 마음을 꺼내놓았다.
"나... 진짜 힘들어.
그만둘까?"
아내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래. 그만둬."
...응?
나는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도 한 번쯤은 말릴 줄 알았는데?'
하지만 아내는 아주 담담하게,
이어서 말했다.
"뭘 망설여.
내가 먹여 살릴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밥 먹었어?" 묻듯이.
그리고 날 걱정하고
사랑하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
그 순간,
내 안에 단단히 쌓였던 무언가가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단 한 사람.
나를, 망설임 없이 안아줄 사람.
그게 아내였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가장이라는 갑옷이 버거울 때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진짜로 무너질 때,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을 사람.
그건,
언제나 아내였다.
비록 세상은
"당신, 별 볼 일 없네"라고 할지 몰라도,
아내의 눈에 비친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다.
세상의 끝에서도,
나를 찾아와 안아줄 단 하나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