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 락스 한 스푼에 평화 살짝 쿵
"혜주아빠, 세탁 좀 해줘"
"오케이!!고고"
그렇게 나는 세탁기의 문을 당당히 열었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락스 세제’.
살짝만 넣으면 왠지 더 깨끗해질 것 같았다.
(그게 화근이었단 걸, 그땐 몰랐다…)
게임 한 판 하느라 열중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이게 뭐야~~~~~~~~”
뒤돌아보니, 아내가 손에 원피스를 들고 있었다.
그 예쁜 원피스는 얼룩진 호피무늬처럼 변신해 있었다.
“색 있는 옷에 락스를 넣은 거야…?”
나는 한눈에 반한 내 플레이를 자랑하듯 대답했다.
“응, 잘했지?”
그 순간,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컴퓨터 전원 코드를 ‘쏙’ 뽑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백화점 갈래?
아니면 저승으로 갈래?”
…순간, 게임보다 더 리얼한 공포가 몰려왔다.
눈앞이 핑 돌고, 통장 잔고가 아른거렸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백.화.점.
운 좋게 세일 기간.
운 나쁘게도 세일폭보다 아내의 취향이 더 컸다.
매대 앞에서 아내는 기쁘게 신상 원피스를 고르더니,
내게 자랑하듯 말했다.
“봐봐~ 내가 고른 건데 예쁘지?
당신 덕분에 나 새 옷 생겼다~ 고마워!”
나는 속으로 '낚였구나' 싶었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그래…”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진짜 실수였을까?
아니면 아내의 완벽한 작전이었을까?
하지만 새 옷 들고 환하게 웃는 아내를 보며,
나는 그 어떤 진실도 굳이 밝히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소소한 전쟁 끝에
우리 가족은 평화를 되찾았다.
때때로 작은 실수가
웃음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우릴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니,
아내와 딸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세계 최고의 승자다.
락스 한 스푼쯤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