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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공원의 봄

상처 속에서 자라나는 살아나는 사랑

by 송필경

하얀 벚꽃이 흩날리는 테미공원,
공원 전체가 하얗고 고요한 빛에 물든다.

벚꽃 잎은 부드럽게 바람에 실려
발끝에 쌓이고, 공기 속엔 향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말없이 그 길을 걸었고,

서로의 마음은 닿았다.


석양이 넘어가,
하늘은 붉고 금빛으로 물들어,
어둠은 천천히 스며들고,
그대의 그림자는 길어져,
내 마음의 거리만큼 멀어졌다.


어둠 속 그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검은 밤이 펼쳐진 빈 공간뿐.


따뜻한 바람이 다시 지나가며,
연둣빛 새살이 조용히 생겨 나왔다.

상처는 그 자국을 깊이 새겨두었지만,

그 안에서,
내 마음은 움켜잡고,
희망을 꿈꿔본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녹음이 진 테미공원을 걸으며
다시 사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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