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소연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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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슴 속에 담아두며 앓던 감정들
혼자만 고민하고 애쓰며 힘겨워하던 문제들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힘들다는 말을 꺼냄으로써
반은 해결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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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나 혼자의 문제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더 나와 함께 고민해주는 누군가가 생겨
이제는 우리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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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 달 동안 프로덕션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아는 것도, 심지어 삼각대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지방 촬영하는 10일 동안 사수에게 온갖 욕을 다 먹으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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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에 덤벼들었고
보기 좋게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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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사수에 맞춰서, 퇴근도 사수에 맞춰서
출근시간에 맞춰 나가도 다른 팀 사람들은 대부분이 밤을 샜고,
나는 죄 지은 느낌으로(물론 그분들은 아무 말도 안하셨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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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생활이 너무 싫었다
그때 내가 원했던 삶은
'안정적인 직장, 보람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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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달만에 프로덕션을 나왔고
인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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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라고는 토익 학원에 다닌 3주가 다였고
졸업 후에 공백기간 없이
그것도 평소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직장에서
인턴생활을 거쳐 공채에 합격했으니
남들이 보기에 정말 잘 풀린, 부러워 할만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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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좋아하는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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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은 그저 직장생활일 뿐이라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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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일,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꿈을 가지고 입사한 이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세상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긴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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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이다 보니 처음의 열정과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어느새 월급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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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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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들을 계속 이어나가가 보니
잠잠하던 우울증은 다시 재발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가 무언가에 쫓기듯
하지만 무엇도 하지는 못하는
그래서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삶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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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출근하는 오늘도 쉽게 잠들지 못한채
새벽 두시 반이 가까워오도록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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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내게 손 내밀어줬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올라오는 어두운 감정들을 밀어낼 수 있도록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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