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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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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처음 봤을때 넌 사람 때문에 지쳐있었던 것 같아
그게 아니었다면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지을 이유는 없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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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신경쓰였어.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니가 마음을 닫게 됐을까.
예쁜 얼굴 때문에 친구들 입에 자주 올랐던걸까,
아니면 좋지 못한 경험 때문에 가슴 깊은 곳에 철문 하나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으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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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긴 착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
어쩌면 그들의 온기가 모여서
너를 가두고 있는 그 철문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제발 그러길 바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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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의 옷을 벗기는건 따뜻한 햇살이었지.
아무리 차가운 너라도 녹지 않고는 버티지 못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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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웃으니까 이쁘잖아.
안그래도 이쁜데 그렇게 웃어버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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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어,
니가 웃는게 내 행복이었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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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진이 있으면
이걸 보며 웃을 네 모습이 떠오르고
길가다 즐거운 멜로디가 흐를때면
웃으며 따라부르는 상상에
하나, 둘
너에게 주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어
.
매일 아침 너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밤이면 언젠가 너에게 보여줄 편지들을 적었어
그 순간들은 온전히 너로만 가득해서
늦잠만 자던 내가 아침에 눈을 뜨는게 행복하다 느껴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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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만의 행복이라는걸 알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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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만 한다는 생각에
넌 조금씩 부담을 느꼈나봐
얼굴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고
그럴수록 난,
눈치도 없이,
더 좋은걸 선물하려고만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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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행복은 시나브로 욕심으로 변했고
널 웃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이기적인 짝사랑으로 변질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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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얻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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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그날,
나의 D-day에
처음 네게 건넸던 것처럼
작은 꽃 한송이 들고 너를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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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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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보지 못한채,
차가운 텍스트로 내 마음 한순간 말려버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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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심술에 나도 꽃을 말렸어
너를 향하던 내 마음들 모두
꽃처럼 말라버리길,
진심으로 바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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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럴수록 꽃은 더 보라색을 띄더라
내 가슴 멍든걸 꽃도 알았을까
.
너를 미워할수도,
사랑할수도 없는 계절들이 그렇게 흘러갔어
몇번의 봄이 오고
또 몇번의 겨울이 왔지만
꽃은 색이 바래지 않더라
.
그러다 어제,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
'잘 지내?'
외우지는 못하지만 너라는건 알 수 있었어
.
그 세글자가 내 가슴 속에 만들어낸 태풍을,
너는 알까
몇년의 시간이 무색해져버릴만큼
다시 보라로 뒤덮힌 나를
.
아직도 바래지 않은 이 꽃을 들고 너를 기다리는 지금,
난 그때의 나로 되돌아가 생각해
.
이 꽃을 선물하면 너는 나를 보며 웃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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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ttps://instagram.com/4c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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