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아쉬움

제목 : 아쉬움

초단기기억상실

책을 읽거나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 가끔씩 번쩍이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생각들을 풀고 정리해서 하나의 글을 써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음으로 미루고 그 글을 쓰려고 하면 주제도 기억이 안나고 그때 머리속에 술술 써 내려갈것만 같았던 이야기와 기분(집중 또는 몰입)이 사라진 경험이 많다.

예전엔 나이탓, 절심함 부족 등으로 별일 아닌듯 넘겼었는데 매일 한편의 글을 쓰기로 한 시점부터는 쉽게 넘기기가 아쉽다. 남에게 읽혀지는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를 매일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글의 소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에게 지루함과 다음 글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읽혀지지 않는 글이라는 생각에 쓰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것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가 공들인 시간과 읽는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갖기 위한 글은 작은 것(사물, 사건 등)에 관한 나만의 깊은 고민과 생각들을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렇게 생각했다고?', '아니! 여기서 이런 걸 느꼈다고?'

하는 신선한 글 말이다. 이런 것이 내가 쓸 수 있는 구독자가 더 공감할 수 있고 읽는 재미를 주는 글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초단기기억상실이 이런 시발점을 지워버리는 아쉬운 결과들이 싫었다.

그래서 짤나의 기억을 붙잡고 조금 더 활용하기 위해선 '메모'라는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메모를 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고전적인 방법으로 가지고 다니기 용이한 메모장과 필기구를 하나씩 사서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쓰는 것이다. 두번째는 최근 사용법으로 핸드폰의 메모 기능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자판을 이용하여 글을 쓸수도 있고 급할땐 녹음기능을 써서 음성으로 기록도 할 수 있다.

종이의 질감과 글을 쓸때의 감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고전적인 방법을 선택하겠지만 나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항상 배터리 잔량 체크해야하는 불편함과 전화와 글을 쓰는데 순간순간 치고 들어오는 문자 연락 또는 sns 알람 등의 방해공작이 메모를 하기엔 최선의 선택이 아닐수도 있지만 아침 일어난 순간부터 잠을 자기 전까지 항상 내 옆에 있어주고 주렁주렁 물건을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심플한 나에겐 핸드폰 메모장 앱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한 준비가 하나씩 갖춰지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기분이 좋아지고, 이렇게 오늘도 한편의 글을 마무리하며 숙제를 끝냈다는 시원함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