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을 너무 애쓴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가족과 함께 떠난 제주 여행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날 경치 좋은 바다를 보면서 올해는 일을 조금 줄이고 나를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고 싶으면 배워야 하고 배우면 변한다"라는 글이 생각이 났다.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을 먼저 검색하던 중 양천 50 플러스센터에서 인생 2막을 꿈꾸는 중장년층을 위한 토요 강좌가 있었다. 평일 강좌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는데 6주 과정에 수강료는 2만 원 밖에 안 하는 강좌가 있어 급히 등록을 했다.
강좌명은 "내 인생 트로트 만들기" 강사소개에 하늘해라고 해서 조회하니 드라마 OST도 작업한가수였고 아티스트였다.
트로트는 내가 좋아하는분야이다. 최근 트로트 열풍으로 더욱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참 많이도 울었다. 이때마다 남편은 함께 시청하면서도 어느 포인트에서 울음이 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의아해했다.
같은 노래를 시청해도 남편은 가수와 음악의 리듬감에 집중했고 나는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내용에 슬퍼하고 감동받았다.
"가사 쓰기"라는 첫 강의 주제가 좋아서 수강 신청을 하고 개강하는 첫날 설렘이 가득한 수업을 갔다.
미리 예상했었지만 역시나 나이가 많으신 회원님들이 많았다.
강사님의 지도로 앞에 나와 마이크를 들고 자기의 닉네임과 자기소개를 했고 한분씩 이야기를 들으니 그분들의 열정이 멋져 보였다.
한집의 가장으로 열심히 정년을 끝내고 나를 찾으려고 오신 60대 중반의 회원님과 60대 후반임에도 시니어 모델도 하시고 벌써 음원도 발매를 했다고 하시는 멋진 회원님, 시인, 웃음치료강사, 스타일이 멋지신 의류 매장 사장님, 노래 작곡을 스스로 여러 곡을 만들어 자기 만족하시고 열정 가득한 60대 남자 회원님, 1기 때부터 지금까지 반복하며 수강 중이신 회원분 등 열정 가득한 그분들의 떨리는 자기소개를 들었다.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사연으로 짧게 나의 그동안의 삶을 소개했다.
설레면서도 잘할 수 있을까 자기소개를 하고 돌아오니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생각났다.
인기가 아주 많았던 부기 과목 총각 선생님은 아이들이 집중을 잘 안 하거나 잠이 오는 시간이 되면 앞에 나와서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 나오라고 하며 매점 쿠폰을 선물로 걸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늘 손을 들고 앞에 나가 "소양강 처녀"를 소리 높여 불렀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사춘기 시절 공책에 노래를 작사 작곡 하겠다고 적어놓고 흥얼거렸던 노래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조용한 그대 말없는 그대 소리치며 뛰어들고 싶은 그대~ "
중학교 때부터 가수 유열의 찐 팬이었고 그 시절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프로그램에서 텔레폰데이트로 유열과 통화연결이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추억도 있었다.
MBC방송국 라디오 노래자랑 공개방송이 있는 날이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수없이 도전하며 노래 부르고 쫓아다녔던 그때도 지금생각하면 내가 노래를 좋아한 건지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한 건지 용기 있고 발랄했던 그 시절이 새삼 기억이 났다.
첫 강의 시간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의 음에 맞춰서 개사를 하는 수업이었다. 간주 음악이 나오고 음에 맞춰 개사를 해야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영감을 짜내어 쓰고 싶은 글을 박자에 맞춰 써내려 가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첫 강의 과제는 어떤 주제로 만들 건지 제목과 가사를 생각하라고 했다. 그날밤 노트북을 켜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 이야기 글을 한 시간 만에 완성했다.
그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날의 기억과 아버지 땅에 묻던 그날의 풍경을 늘 가슴에 사무치며 생각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회상하며 적었다.
글을 쓰는 내내 잊고 있던 그날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고 잠시 잊고 있었던 아버지 기억을 찾으니 마음이 아파서 또 울었고 그렇게 27년 전 그날로 돌아간 23살의 둘째 딸이 되니 글은 금방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쓴 글이 너무 애틋하고 소중해서 브런치에 한 편의 시 "슬픈 아카시아"로 먼저 발행을 했고 다음 수업을 갔을 때 강사님께 제출하니 처음에 작성해 가는 글은 가사가 아니다고 하셨다.
영감을 느껴서 글로 표현하고 글에서 가사로 정재 되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의 이야기는 시가 될 수 있어도 노래 가사로 하기에는 부족했다.
작사가가 되려면 작곡가가 정해준 멜로디를 철저히 지키고 글자 발음을 늘려서 음절수를 맞추지 않는다.
직접 멜로디를 불러보면서 가사를 붙여 보라는 강의 내용을 듣고 깨달았다.
아버지를 위한 시를 가사로 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제목에 맞게 음절수를 고쳐서 시를 수정해서 가사로 만들었다. 2회 차 수업을 듣고 와서 내용을 수정하고 침대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3시간을 흥얼거리며 가사와 멜로디를 핸드폰으로 녹음하며 완성했다.
내가 이렇게 쉽게 곡을 만들다니 놀라웠다. 물론 아직 혼자 만족하는 노래지만 남편에게 먼저 불러 주었다.
남편은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이것저것에 도전하는 나를 조용히 응원하는 지원자이고 메니져이다.
반면, 나의 깊은 뜻과 슬픈 사연을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은 내 노래를 듣고 나서 나의 노래 실력을 먼저 지적했다. 목소리가 너무 세고 좀 빠르게 하고 엑센트를 바꿔라 등 폭풍 잔소리를 했다.
너무 간절하기에 관중과 평가단은 오롯이 남편과 아들 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들보다는 남편이 관심을 더 가져 주었고 여러 번 불렀더니 음치인 남편이 따라 하면서 특정 부분의 음을 수정하라고 하기도 했다.
귀에 딱지가 않도록 집, 사무실, 차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불러대니 노래가 귀에 익숙해졌고 남편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하게 되었다.
나의 영원한 사랑스러운 안티팬인 사춘기 둘째 아들도 화장실에서 똥 싸면서도 흥얼거리며 틀린 가사지만 엄마의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어느 날 남편은 자꾸 들으니 중독성이 있다며 나쁘지 않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부터 다음 수업 가기 전까지 1주일 내내 매일 100번은 더 불렀다.
트로트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나의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했고 짪은 시간에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스스로 너무 기특했다. 그날밤 글을 처음 쓸 때도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노래 음까지 만들고 부르면서 구절구절 슬퍼서 이불 덮고 자면서도 눈물을 흘렀다.
3회 차 수업을 가기 전 프린트 해간 노래가사를 강사님께 보여 드리고 싶었지만 남은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수정과 배움이 필요할 듯했다.
수업하는 2시간 내내 가슴이 콩닥거리고 예시되는 노래 음에 발박자를 치면서 시간이 빨리 갈까 봐 걱정하는 나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나의 천직이라고 믿고 있던 유아 점토 강사였던 그동안 경험을 에세이 책을 내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 도전을 위해 작가 되기 유튜브를 엄청 많이 보고 공부했다. 간절함이통해서일까 한 번의 도전으로 작가 되기에 성공했다.
글쓰기와 연결되어 있는 작사 작곡 만들기 강의를 들어보니 나에게 새로운 기회와 인연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함과 노력이 합쳐지면 그 어떤 도전도 할 수 있으니 지금 또 용기를 내어본다. "
신학기가 되어 수업을 다니니 가는 원들마다 아이들 인원이 감소되어 수업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작년보다 수입도 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하면 수입을 늘려볼까 고민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보다 또 나에게 이겨낼 수 있는 고민과 시련을 주고 깨달음을 선물로 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꼼꼼하게 업무를 정리하고 준비하였더니 새 학기에는 작년보다 더 일찍 퇴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또 다른 배움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4회 차 수업에는 멜로디와 가사를 모두 만드는 연습과 과제가 있었다. 이번에도 나를 주제로 한 가사로 글을 만들었고 기본 멜로디를 일부 수정하며 노래를 연습했다.
5회 차에는 내가 만든 가사와 멜로디를 녹음하는 과정이 진행된다고 한다. 남은 회차가 줄어드니 아쉬웠다.
그동안의 강의 내용 중 하늘해 강사님의 교육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메모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는데 작사, 작곡 이야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처음으로 작성해 가는 글은 가사가 아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2. 글은 눈으로 읽고 보지만 가사는 귀로 듣는다.
(누구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재능은 있으니 나에게 관심을 가져라)
3. 청각 속에 감성을 깨운다.
(따듯한 말 한마디로 행복해질 수 있다.)
4. 있는 그대로 나의 색깔대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한다.
(내가 살아온 삶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꿈을 펼쳐라)
5. 눈으로 가사를 보지 마라.
( 작은 행동에도 마음을 담아서 관심을 가져라)
6. 눈이 아닌 귀로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한다.
(노력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7. 음악을 만드는 것도 배우는 게 중심이다.
( 배움의 자세는 나를 내려놓고 받아들여야 한다.)
8. 똑같은 음정 박자에도 내 소리가 있다.
( 나도 무언가 하나는 잘하는 것이 분명 있다.)
9. 노래는 기억에 남아야 한다.
( 소소한 일상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억해라)
10. 보컬을 조화롭게 하는데 악기, 변곡, 키로 바꿀 수 있다.
(성공과 완성은 혼자보다 함께 하면 빛이 난다.)
11. 심플하게 만들고 좋은 모티브로 반복하고 기억나게 하라.
(단순하지만 담백하게 살아라.)
5회 차 녹음하는 날을 앞두고 그동안 너무 내가 노래를 많이 불렀는지 좀 쉬어가라고 급성 후두염이 왔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아 수업할 때 마이크를 사용해도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뭐 하나에 꽂히면 너무 열정적인 나에게 한동안 나의 본업보다 노래에 더 빠져있었다. 녹음 수업을 위해 연습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속상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가수가 하고픈게 아니라 작사 작곡을 하고 싶은 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목부터 추슬러야 했다.
5회 차 녹음하는 날이다. 일주일 동안 연습 한번 못했는데 첫 번째로 녹음을 했다.
녹음실에 들어가니 방송으로 보던 가수들이 노래 연습하던 마이크와 헤드셋을 쓰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고음이 안 올라가는 상황에도 내가 가수가 된듯했고 나는 가수다라고 상상하며 그 순간을 즐기니 떨리지도 않고 기분이 좋았다.
녹음실 대기를 기다리는 한 분 한 분의 수강생들은 모두
초보가수 경연대회에 온 듯 강당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진지하게 연습하는 모습들도 너무 귀여웠다.
녹음을 끝내고 선생님께 칭찬받았다고 활짝 웃으시며 좋아하시는 분들과 남자분들끼리 모여 노래작업에
서로 소통하는 모습도 열정이 넘친다.
앨범 발매를 두 번째 앞두시고 계신 분도 갱년기를 견디기 위해 시작하고 남은 인생을 아름다운 취미를 갖기 위해 계속 도전하셨다고하신다.
마지막 6주 차 수업 종강이 있는 날이다. 6주 연속 트롯 만들기를 배우러 가는 걸음걸음이 행복했고 설레었는데 마지막 수업이라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지난주에 녹음한 노래를 발표하는 시간과 그동안 수업을 하면서 각자의 소감을 발표하는 것으로 종강수업이 이루어졌다.
6주간 진행된 수업이었지만 낯선 분들과 만나 소통하고 열정이 넘치시는 분들과 함께한 수업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었고 잊고 살았던 나의 어릴 적 꿈을 다시 기억나게 하였다.
또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 삶의 이정표의 방향을 수정하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수업은 종강했지만 아쉬움을 모두 한뜻으로 모아 4기 동기생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고 훌륭하신 동기생들과
소통하며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설렌다.
종강 후 나는 내가 만든 아버지 노래와 나의 50대를 응원하는 노래 2곡을 정식 음원으로 발매하기 위해 편곡하고 노래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릴 적 소중했던 추억을 소환해 주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용기를 내어준 나에게 또 감사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