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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딸들의 감동있는 점토 이야기

" 유아들의 작품 속 숨어있는 마음 이야기와 숨바꼭질 놀이 "

by 소랑이

펭귄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입체로 표현하는 수업을 계획했다.

다른 활동과 달리 펭귄 캐릭터는 만들기 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쉽게 캐릭터화시킨 입체 놀이라서 아이들이 스스로 잘 만들고 재미있어하는 활동이다.


금요일 오후 유치원 특별활동 시간에 늘 나의 자리 바로 옆에 앉아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만들기 잘하는 6살 여자친구 세연이는 늘 조용하게 똘망거리는 눈으로 차분히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뚝딱 만들기를 잘하는 예쁜 친구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만들기 속도도 느리고 한참을 고민고민하고 표정이 밝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완성된 작품을 보고 만족스럽게 마무리하는 상황인데도 시무룩해 보이는 모습이 궁금했다.


"세연아~ 왜! 오늘따라 집중을 잘 못하지? 세연이 잘하는데 뭐가 어려워?"라고 했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 엄마가 다리가 아파서~"라고 말의 끝을 흐리면서 대답한다.

세연이의 말에 귀 기울여 듣기에는 넓지 않은 활동 교실에 15명의 아이들이 펭귄가족 이야기를 서로 말하며 쫑알쫑알하는 터라 잘 들리지가 않았다.


그때 펭귄 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엄마펭귄 다리가 잘 안 만들어진 것을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세연이는 낮은 목소리로 "엄마가 다리가 아파서 깁스를 했어요!"라고 한다.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어 "세연이 엄마가 아프다고?"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엄마가 어제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했다고 한다.


깁스한 엄마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 마음이 안 좋았던 모양이었다. 금요일 유치원에서 오후 활동인 점토 시간에 엄마펭귄을 만들다가 다리가 아픈 엄마가 생각난 건지 아님 오늘 유치원에 등원해서 하루종일 엄마가 아픈 것이 걱정한 건지 기특한 맘이 들어서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하며 " 선생님도 예전에 깁스를 했었어! "라고 선의의 거짓말로 마음을 진정시켜 주니 그제야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어서 안심한 건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훌쩍 거린다.


어쩌면 이렇게 예쁜 딸이 있을까? 이런 상황에도 엉뚱하게 아들 둘만 둔 엄마인 나는 딸이 있는 엄마들이 또 부러웠다.




몇 년 전 잊지 못할 여자 친구의 이야기도 또 생각이 났다. 새해가 되어 복주머니 이야기를 주제로 점토로 표현하고 내가 만든 복주머니 속에는 어떤 복을 넣으면 좋을까에 대해 도입활동을 하며 이야기 나누기를 한다.


우선 "복"이라는 개념부터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준다. 그러면 친구들은 복이라는 글을 단어 이어가기로 이해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많이 이야기한다.

좋은 의미의 단어를 앞에 넣으라고 하면 건강복, 사랑복, 씩씩복, 행운복, 1등복, 똑똑복, 장남감복 등 유아들만 생각할 수 있는 단어가 나오다가 끝날 무렵에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돈복!"이라는 단어도 가끔 등장한다.


복주머니 만들기 활동방법을 설명하고 본격적인 점토 만들기가 진행될 때쯤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평소에 수업태도가 너무 차분한 예쁜 소윤이 옆에 가서 물어보았다.

"소윤이는 어떤 복을 넣었어? "라고 물으니 "떡이 많이 팔리는 복이요! "라고 말한다. "엄마, 아빠가 떡집을 하는데 떡이 많이 팔려서 엄마, 아빠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을 했다.


6살 아이의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말과 지극한 효심이 가득 담긴 말을 듣는 순간 맘이 짠하고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도 물어보니 작은 떡집을 부모님이 함께 운영하고 계시며 떡집 특성상 새벽같이 나가시고 늦게 까지 장사를 하는 터라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고 계신다고 하셨다.

8년 정도 지난 지금 소윤이는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을 것이고 얼마나 예쁘게 성장했을지 궁금하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들과 수업을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에 아이들의 순수한 말이 나를 감동시킬지 나는 늘 긴장하며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도 귀 기울이는

나만의 예민한 기억력이 나를 더 성장시켜 주는 듯하다.

아이들은 점토로 놀이하며 내가 만드는 모든 것에 이야기와 생명을 불어넣고 현실과 가상의 세계 중심에서 나의 공간을 꾸며낸다. 거칠고 힘없이 붙여진 작은 흔적의 표현에도 이유가 붙고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리고 나는 늘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퀴즈 게임을 하듯 아이들의 만든 작품에 "이건 뭐야?라고 묻기도 하고 "그렇구나!" 대답해 주고 되풀이되는 주제로 반복적인 교육을 하다 보니 정답을 예측하지만 한번 더 아이들에게 물어보며 자기표현을 스스로 말할 줄 아는 기회와 자신감을 갖게 하며 마음속 창작의 힘을 기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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