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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야 놀자! (1)

" 점토라는 친구 너는 어떤 친구일까? "

by 소랑이

유치원에서 특강 수업으로 진행되는 매달 마지막주가 되면 신청 인원 변동 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달에 신입생이 또 몇 명이 늘었지만 반면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된 7세 여자 친구가 퇴강 명단에 있었다.


수업 때 그 친구에게 수업을 왜 안 하냐고 물어보니 " 점토가 딱딱해서 힘들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딱딱하니깐 힘들었구나! " 하며 가볍게 그 질문에 답을 하고 가볍게 상황을 넘어갔다.

나의 수업이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점토가 딱딱하다는 재료의 성질적인 부분이 문제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7세 친구들만 수업하는 타임에는 5살 때 신청해서 3년째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고, 6세 때 들어와서 7세까지 2년째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있고, 학기가 진행 중인 달에 신입으로 추가되어 들어오기도 한다.


수업 참여 기간으로 계산을 한다면 오랫동안 다녔던 친구들은 월등히 잘하고, 활동기간이 짧은 친구들이 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자기 재능에 따라 활동을 이해하는 차이가 나기도 하고 개인별 소근육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은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 유아 수업에 적절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간혹 정말 처음부터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소근육 중에서 손가락 끝에서 눌러지는 힘조절과 섬세함이 예사롭지 않게 남다른 친구들도 있고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런 친구들도 있다.


7세 친구가 딱딱해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5세 때부터 수업했던 3년 차 지우라는 친구가 " 안 힘든데~ 손에 있는 에너지로 반죽하면 말랑해지는데~"라고 하며 친구의 생각에 반론을 하고 싶은 건지,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님 퇴강하는 친구가 있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실망감을 덜어주기 위한 나에 대한 배려의 말인지 암튼 그 친구가 고맙게 느껴지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유아들과 점토 수업을 계획할 때에는 다양한 점토 중에서 어떤 재료를 먼저 사용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

그러기 앞서 다양한 점토들의 성질과 우리 사람들의 성질을 비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써 내려가다 보니 너무 재미있고 점토와 사람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래의 재미있는 점토 소개와 그 점토를 친구라고 부르며 소개하고 그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교해 가며 읽어 봐 주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고 딱딱하지만 반죽하면 할수록 손에 열 때문에 말랑거리는 칼라믹스 점토가 있다. 이 점토는 열처리(오븐에 굽기)를 하지 않으면 공기 중에 두어도 굳지가 않고 오랫동안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열처리를 하면 지우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점토이며 만들기를 하다가 잘못해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무엇보다 소근육의 힘을 기르는데 아주 훌륭한 점토라서 유아 수업에 교육적인 효과가 큰 친구이다.

1980년대 말에 국내에서 생산된 점토로 인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억에서 사라진 점토가 되었다는 점이 늘 마음이 아프고 아쉽고 미안하다.


처음 만났을 때 딱딱해 보이고 뭔가 거리감이 있을 듯한데 점점 만나보고 알아 갈수록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어가는 편한 느낌을 지닌 부담 없는 친구이다.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조용히 도움을 주는 소중한 친구이며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이겨낸 그런 강한 친구라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이해할 줄 아는 그런 속 깊은 친구이다.


그 친구는 언제나 맛있는 된장찌개를 잘 끓여주고 금방금방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상 가득 차려줄 줄 아는 음식 솜씨가 훌륭한 친구다. 사는 게 바빠 연락을 못하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해도 늘 언제나 반갑게 나를 받아주는 그런 고향 같은 친구이다. 그런 친구의 고마움을 알기에 나의 베스트 프랜드라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변함없는 그런 소중한 친구이다. 나는 그 친구로 인해 삶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지혜도 배웠고 언제나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해결사 같은 참 좋은 나의 친구이다.




화려한 색깔을 띠고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칼라클레이는 아이들이 반죽하고 놀이할 때 무척 좋아하는 인기가 많은 친구이다. 만들기 놀이 후에는 공기 중에 건조하면 굳어져서 후작업이 없어서 편하다.


단, 굳어진 점토는 재 사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길게 늘어날 줄 아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쉽게 색을 섞을 수 있는 부드러운 친구라서 이 친구와 놀이할 때면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한다. 하지만 가끔 서로 잘 달라붙어서 만들기 한 것을 수정하기가 곤란해서 아이들이 당황하거나 속상해할 때도 가끔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 친구의 성격을 잘 이해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다.


밝고 깨끗한 외모에 밝은 옷이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 예쁜 여자 친구 같다. 친해지고 싶고 또 함께 놀면 참 재미있는 느낌을 가졌지만 성격이 똑 부러지지 못해서 큰일이 있을 때 결정을 잘 못 내리는 편이다.


그리고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다시 마음을 잘 열어주지 못하는 자기 성격인데도 모질지 못해서 스스로가 괴로워하는 그런 착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늘 사람들을 대할 때 부드럽게 다가서고 조심조심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배려해 가면서 자기의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그런 친구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낯가림이 심해서 한 명씩 차근차근 이해하는 성격이지만 가끔은 돌발적인 행동조차 귀여움을 주는 그런 사랑스러운 친구이다.




스티로폼 알갱이와 물감, 풀이 들어있는 폼클레이는 까칠까칠하고 찐득거리는 느낌을 갖고 있는 점토이다. 처음 반죽할 때 손에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손에 끈적거리면서 달라붙으며 풀 성분이 들어있어 특히 종이에 잘 붙어서 꾸며주면 견고하게 말라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끈적거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촉감에 예민한 친구들 중에는 간혹 그 느낌이 싫어서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대체적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친구라서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한다.

칼라 클레이처럼 공기 중에 자연건조 되며 한번 굳어진 점토는 재 사용이 안되며 물에 넣으면 녹아버리는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옷에 묻은 채로 세탁을 하는 순간 세탁기 안은 아주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넘쳐나서 엄마가 깜짝 놀라 비명소리를 지를 수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달하며 아이들과 함께 웃기도 한다.


그래서 꼭 옷에 묻게 되면 마른 후 떼어내거나 손세탁으로 비벼서 빨아주면 된다고 반복해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준다.


호기심이 많고 독특한 성격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호기심 천국인 친구이다. 처음에는 까칠할 것 같은 성격 때문에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데 여러 번 만나 그 친구의 성격이 원래 저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참 재미있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친구이다.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친구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배려와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곳을 함께 하며 서로 함께 공감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야 한다. 간혹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급히 우울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도 길지 않아서 기다려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찾아주는 삶의 활력소 같은 해피 비타민이 많은 친구이다.




펄프에 접착제 등을 섞어서 만든 지점토는 흰색을 띄고 차갑게 느껴지고 말랑거리기도 하지만 손에 하얀색 가루가 묻어난다. 반죽을 하면 말랑거리고 손에 열이 많을 때에는 갈라지기도 한다.


만들고 난 후 그늘에 자연건조하면 딱딱하게 굳는다. 색깔이 흰색이라 다양한 색을 표현하고 싶을 때에는 물감놀이라는 친구와 함께 하면 지점토 놀이가 한층 더 흥미 있어지는 그런 친구이다.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차분한 성격의 친구이다. 이 친구와 친해지려면 내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가까이 다가서야 하고 시작은 어색하지만 그 친구의 차분한 성격 때문에 반대의 성격을 지닌 나로서는 배우는 점이 많은 친구이다.


활발한 나와 잘 어울리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다 보면 다른 친구들이 우리 둘의

우정을 부러워할 때도 있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서로 배려해 주며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다.




흙놀이는 한 가지 색을 가지고 있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는 친구이다. 비슷한 흙이라도 가마에 구워졌을 때 각각의 색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친구이다.


청자토, 백자토, 옹기토 등 여러 분류의 흙을 선택할 수 있고 한 가지 흙으로만 차분하게 놀이할 수 있어 알록달록 많은 색깔을 선택해야 하는 부담이 없고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편안함을 주며 집중해서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는 친구이다.


늘 바른생활을 하는 친구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일에 집중해서 살아가고 있는 오래된 고목 같은 그런 친구이다.


주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성품을 굳게 믿고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편안하게 차 한잔 내어주는 그런 인성이 좋은 친구이다.


일상생활에 지쳐 있을 때 그 친구를 만나면 시골집 장작불로 달궈진 따뜻한 황토방에서 몸을 녹이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친구이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찾아가서 만나면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보물 같은 친구다.



이렇게 다양한 점토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다 보니 그 점토의 성질과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각각의 개성을 가득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점토의 경험에 순서를 나름 계획하고 정리해서 경험하며 스스로 깨닫고 이해하는 그런 놀이 수업을 하려고 오늘도 계획안을 정리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점토 중에서 나의 성질은 어떤 점토를 닮았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역시나 나의 성질은 칼라믹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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