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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기구보다 쪼물딱이 좋아요!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신뢰가 쌓였다는 뜻이다."

by 소랑이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오는 걸 느낀다. 어린이집 앞마당에 어린이날 행사를 위한 에어바운스 놀이기구가 준비 중이고 한편에는 종이 집에 물감 칠하는 놀이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작은 앞마당에 물감 칠하며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아이들이 나를 보고 먼저 반긴다. 수업이 아니면 햇볕 좋은 앞마당에 앉아서 함께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봐도 좋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따뜻한 봄햇살보다 더 빛나는 축복이고 선물이다.


수업에 들어가니 여전히 복도에서 나를 먼저 본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화장실에 양치하러 가는 길에도 쪼물딱 선생님~하고 다리 잡고 매달린다.


6세 친구들이 수업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처음 점토 수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눈 마주침과 출석부 이름 부름에도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점토라는 재료를 친구 삼아 색깔이름 부르고 찾기와 뜯기, 밀기, 동그라미, 색깔 놀이를 시키면서 친숙해졌다.


반복된 놀이 학습이라 아이들은 두 달 만에 나의 점토 교육법에 길들여지고 쪼물딱 선생님의 매력적인 존재감에 물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나를 보는 눈빛과 반겨주는 흥분된 말투에서 알 수 있었다.


" 너희들은 좋겠다! 나도 어린이집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더니 남자 친구가 큰소리로 " 나는 놀이기구 보다 쪼물딱이 더 좋아요! "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친구 몇 명이 그 친구의 말에 힘을 실어주며 " 나도 나도~~ 쪼물딱이 더 좋아~"라고 한다. 그럼 나는 한 번 더 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쪼물딱이 좋아? 쪼물딱 선생님이 좋아?"라고 장난스럽게 되물으면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바라던 대답인 "쪼물딱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기분 좋은 말을 해준다.




3월 학기 초에 수업이 끝나고 어린이집에서 나오는데 6세 남자 친구가 엄마손을 잡고 하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하고 어머님이 궁금해하지도 않으셨는데도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아이가 "나는 쪼물딱보다 영어가 더 좋은데~"라고 말해서 엄마도 머쓱해하고 순간 나도 "그럴 수 있지~ 영어가 재미있지!"라고 말했다. 수업을 하고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서 그 친구가 한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두 달 뒤 바로 오늘 아이들에게서 듣는 이 말 한마디는 충신을 얻은 장군의 느낌이고 천군만마의 힘을 지닌 듯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은 수업에 대한 흥미를 느꼈고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뜻이란 걸 오랜 유아점토 강사를 하면서 알 수 있는 답이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앞마당 주차장으로 나가니 첫 타임에 수업했던 아이들 여러 명이 떼창을 하며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 아이들이 만약 성인이라면 선거에 나가도 지역구 의원이 될 수 있을 듯하다고 과장하여 말했더니, 깔깔 웃으시는 담임 선생님은 "어린이집에서 쪼물딱 선생님은 뽀통령이에요!"라고 한술 더 뜨신다.

화창한 오후에 아이들의 웃음꽃이 활짝 핀 곳에서 큰소리로 웃으며 하루의 피곤함을 모두 바람에 날려버렸다.


내가 하는 점토교육의 모든 중심은 아이들이다. 잘 만든 결과물도 아니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공평하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그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다.


기본은 갖추고 자유롭게 생각의 옷을 스스로 챙겨 입을 수 있는 창의적인 유아 점토 교육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선물과 오랜 시간 점토만 가르치는 내가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보며 도전하고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아이들에게 또 한수 배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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