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꿈 - 적게 일하고 적당히 많이 벌고 싶다
연말이라 카톡으로 아는 지인들께 연말 인사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서로 잘 지내냐고,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인제사 회사를 관뒀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나를 잘 아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단번에 잘했다!라고 해줬고, 왜 관뒀냐 앞으로 뭐하고 먹고 살 거냐 하고 굳이 묻지 않았다. 그들은 안다. 나는 어떻게든 먹고 살 것이기 때문에.
반면에 나라는 사람을 많이 알지 못하시는, 특히 프랑스에 계시는 한국 지인분들은 대부분이 나한테 이랬다.
"너무 아깝다... 계속 다니지"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프랑스에 나름 큰 은행이었고, 좋은 부서에 멋진 건물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특히 프랑스에서 대학도 안 나온 내가 여기서 프랑스 은행에서 감사책임자로 있다고 했을 때, 다들 우와~ 이러면서 어떻게 들어갔냐, 월급은 얼마냐, 나도 집사야 하는데 하며 많은 전화와 정말로 많은 질문들을 받았었으니까.
처음에 프랑스에 그것도 파리 샹젤리제 있는 한국계 은행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도, 한국에서 이름만 말하면 아는 은행이고 게다가 샹젤리제에 떡하니 있으니 부모님이고 친구들이고 나는 자랑거리였다. 프랑스인 남편을 절대 안 된다고 거의 7년인가 반대하시다가 은행 취업했다 했을 때 바로 오케이 해줬으니 집에서는 크나큰 경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 달랐다. 은행 특성상 시용기간이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잘하지 못하면 언제든 잘릴 수 있어서 정말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당시 리옹에 집이 있던 상태라 6개월 동안은 리옹에 있는 남자 친구와 주말에 맨날 내려가면서 6개월을 롱디를 하면서 보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 부산 정도의 거리)
롱디를 하기 싫어서 한국에서 프랑스로 온 내가 프랑스에서도 롱디를 하고 있으니 참 힘들기도 했다.
정말로 매주 파리 - 리옹 매일 주말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출근을 했었는데, 작았던 시용기간 월급에 70퍼센트는 교통비로 나갔고, 나머지 금액은 파리 월세를 내고 생활비하고 나면 내 통장은 오히려 달마다 몇십만원씩 마이너스가 났다.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취업에 목숨을 건 사람이었고, 은행 계좌 빵구난거야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
그렇게 정직원이 되고 잘 지내나 싶었는데, 운이 없지만 참 나쁜 상사를 만났다. 매일매일 출근이 괴로웠으며 겉으로는 착한 척 뒤에서는 어떻게든 나를 해고시키려고 안달이 나있었다.
결국엔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회사에서는 내 편이 되어주며 그 부서에서 나를 빼내어 줘서 다른 팀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렇게 4년을 일했나, 4년 동안 막내였어서 회사에서는 지원도 많이 해주고, 다른 선배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프랑스에 있는 한국 현지 은행 특성상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른 은행으로 이직에 성공하여 일을 시작했는데, 100% 프랑스 직원들만 있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불안감에 내 불어 실력이 핸디캡이 될까 봐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서 불어도 일이고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상사가 같은 팀 직원들한테 나는 고객들이랑 직접 전화받게 하지 말라고...라는 소리까지 했다고 했다. 참 웃긴 건 그 와중에 같은 팀들 직원들이 노노, 그건 불평등해 우리가 알아서 할게 하고 반대했다고 한다.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고객 전화는 전부 내가 받았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년 동안 좋은 자리로 승진이라는 것도 해보고, 전화도 잘 받고, 그렇게 나름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한국 회사 4년, 프랑스 회사 4년 이렇게 다니면서 나는 내가 어떻게 일을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8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겨우 이런 거 발견했냐라고 비웃을 수 있지만 나름 내가 나의 일 스타일과 습관을 정리하자면 :
* 아침에 커피 NO - 다들 마시길래 나도 그렇게 시작했는데 항상 결과는 설사를 하더라. 이 짓을 1년을 하고 그냥 아침엔 물, 점심엔 그나마 믹스커피를 마신다.
* 아침에 집중이 잘되는 사람 - 보통 8시 반 정도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했는데, 이렇게 짜여진 시간보다는 내가 스케줄을 짜야 일이 잘되고, 일의 결과도 좋았다.
* 혼자 일하는 게 좋은 사람 - 일을 할 때는 나한테 제발 안 걸어줬으면 좋겠다. 가끔 수다는 필요한 법인데, 회사에 있으면 어쩔 수 없더라. 상사든 동료든 누가 말하면 어쩔수 없이 듣고 웃는척이라도 해야하는게 사회생활이었다. 특히 예전엔 팀으로 일을 하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혼자 일하는 게 너무 편하다.
* 적성을 찾다 -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 맞지 않았던 대학 공부, 은행일도 재미있었지만 결국에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았다.
이렇게 돌고 돌아서 집에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 거는 어찌 보면 나한테는 당연한 결과인 듯 싶다.
옛날에는 나 대기업 다녀~라는 간판이 참 중요했다. 내 주위에 친구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나도 외국에서 찌질하게 살지 않다고 있는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오히려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하면, 쟤는 외국에서 취업도 불가능하니 말만 프리랜서지 백수지 뭐 이런식으로 손가락질을 받을게 뻔했다. 물론 그때는 능력도 없었지만.
그렇게 꾸역꾸역 나름 8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고, 그 간판들 덕에, 그 경험들로 지금의 내가 프리랜서가 되고 이렇게 먹고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인제 다 필요 없고 그냥 "적게 일하고 적당히 많이 벌고 싶다."